[NGO칼럼] 대전에서 반딧불이를 만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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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대전에서 반딧불이를 만난다는 것

  • 승인 2005-09-14 02:01
  • 이인세  대전충남생명의숲 사무국장이인세 대전충남생명의숲 사무국장
▲ 이인세  대전충남생명의숲 사무국장
▲ 이인세 대전충남생명의숲 사무국장
하늘이 점점 맑고 높아지는 계절. 반딧불이를 찾아 나섰다. 반딧불이를 만나러 간다니 준비물도 굉장히 거창하고 멀리 떠나야 할 것 같지만 의외로 간단하다. 6시 퇴근을 하고 집에 잠시 들렀다가 시내버스를 타고 일행을 만나기로 한 장소에 도착하였다.

의기투합된 두 명의 친구와 딸 아이를 포함해서 네 명이 함께 움직였다. 어둑 어둑 땅 거미가 내려앉을 쯤 자동차를 타고 천천히 찾아 나섰다. 도심지는 퇴근시간이라 차가 좀 지체가 되었지만 외곽으로 접어드니 불과 몇 십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찾아간 곳은 무주도 양평도 아닌 대전에서 자연환경이 잘 지켜지고 숲과 물이 어우러져 시민들에서 꽤 사랑받는 곳 중의 한 곳이었다.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우고 천천히 하천을 따라 몇 발자국 내 딛자 그들을 만날 수 있었다. 푸르스름한 빛들이 정해진 규칙없이 어지럽게 날라 다닌다. 생전 처음 보는 딸아이는 마냥 신기한가보다. 소리를 내거나 뛰지 말라고 신신 당부를 했음에도 일곱 살 난 아이는 어느새 불빛에 몸을 던져 버렸는지 함께 뛰어다닌다. 허긴 우리도 저 나이 때쯤 반딧불이를 만났을 때 그 황홀함과 경이로움에푹 빠져서 풀숲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뛰어 다녔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이날 만난 종은 늦반딧불이로서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7종 반딧불이중 한 종으로 빛이 밝아서 쉽게 찾을 수 있다. 8월 중순에서 9월 초순까지 볼 수 있으며 습한 풀밭에서 달팽이류를 먹고 산다고 한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모든 반딧불이가 다슬기만을 먹고 산다고 잘못 알려졌던 주범인 애반딧불이는 애벌레 시기에 물속에서 다슬기를 먹고 살며 6∼7월에 볼 수 있다.

예전에는 흔히 볼 수 있었던 반딧불이를 도시 속에서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다는 것이 꽤나 흥분되는 특별한 경험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에서 자연을 잘 지키고 있는 지자체에서는 반딧불이 하나가 큰 상품이 되어 반딧불이 축제를 열고, 외지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도 한다. 그러나 다녀온 사람들 대부분이 설명만 듣고 정작 반딧불이는 만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반딧불이 몇십 몇백 개체만 나타났다하면 대대적인 홍보와 행사를 기획하게 된다. 심지어는 인위적으로 증식하여 프로그램에 이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수질, 토양, 식생물 등 주변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 곤충이기 때문에 쉽게 서식 환경을 재현하기는 쉽지 않다.

반딧불이는 청정지역에서 서식하는 환경 지표종으로 환경에 가장 민감한 곤충으로 알려져 있고, 쉽게 증식되거나 번식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절제한 개발과 환경 파괴가 이루어진 우리나라 수많은 도시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대전이라는 도시의 한편에서 그나마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기특할 따름이다. 서식 환경이 변하면 반딧불이의 개체수는 줄게 되는데, 수질오염과 농약사용, 개발로 인해서 서식처가 파괴된다.

또한 반딧불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강한 불빛으로 농촌의 가로등과 차량 불빛은 반딧불이의 감소를 가져오는 원인이 된다고 한다. 이글을 보고 반딧불이를 찾는다고 마구잡이로 헤드라이트를 켜고 찾아다닐 것 같아 걱정이 들기도 한다.

밤하늘에 쏘아 올려지는 불꽃놀이 폭죽의 화려함보다 왠지 작은 곤충 한 마리가 발산하는 불빛이 우리가 사는 이 도시의 품격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우리의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 다시 자녀들과 함께 반딧불이를 보면서 “예전에는 일부로 찾아 다니면서 겨우 만났지”라고 말해 줄 수 있는 세상이 되길 기원한다. 작은 곤충이 발산하는 불빛에서 우리가 사는 이 도시에 대한 희망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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