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시계제로 아닌 여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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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시평] 시계제로 아닌 여명일 뿐이다

  • 승인 2005-09-14 02:00
  • 최정규 편집부국장최정규 편집부국장
▲최정규 편집부국장
▲최정규 편집부국장
충청시대의 개막. 신충청시대의 원년. 대한민국 신 성장 동력의 중심지. 지방분권의 발상지 등등. 이것들이 던져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그동안 충청시대가 없었다는 것인가 아니면 이제 시작이라는 뜻인가. 여기서 분명한 것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같은 용어들은 한낱 생경한 구호에 지나지 않았다. 중앙집권에 길들여진 집단이나 단체들에겐 더욱 그렇다. 서울 강남에서 역사적으로 이제 충청권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말한다면 반응이 어떨까.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 언감생심이지, 자칫 봉창 두드리는 소리만 한다고 힐난받기 십상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아마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을지 모른다. 작은 물꼬는 몰라도 한강시대에서 금강시대로 옮겨간다는 것 자체가 상상초월이다.

그러나 역사의 변곡점은 다소 느낌의 차이가 있을지 모르나 시작은 한 점에 불과하다. 중앙집권에서 지방분권으로, 중앙 집중에서 지방 균형발전으로 중심추가 옮겨가는 꼭지점도 마찬가지다. 허나 이 변환점은 쉽사리 눈에 들거나 띄지도 않지만 거기까지 가는 과정은 더욱 녹록지 않다. 미래의 일인 듯 하지 만 벌써 와 있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엄청난 갈등을 부르기도 한다. 행정수도와 행정도시의 충청권 입지를 둘러싼 일련의 과정들이 이를 반증한다.

주지하다시피 국가 발전의 시대적 조류는 지방분권과 국가의 균형발전이고 그 첨병은 신행정수도요, 행정도시 건설이었다. 한강의 기적으로 일컬어지던 수도권 중심의 압축성장은 더 이상 국가 발전의 표본모델이 아니다. 오히려 다른 지역의 자원과 잠재력을 고갈시키고 내부적 과밀과 혼잡을 초래해 국가 발전의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충청권내 행정도시 건설은 수도권의 중심의 한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국가발전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 셈이다. 바로 충청지역이 국가발전의 신 성장 동력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다.

우리는 이를 일컬어 지난 일천년을 한강시대라 한다면 다가온 신 천년은 금강시대라 말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신충청시대의 개막이요, 역사의 주역으로 등장했음을 의미한다. 그만큼 충청권은 유사 이래 최대의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안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역사적 사명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선 책임과 의무가 뒤 따르기 마련이다. 아울러 극복하고 뛰어넘어야 할 또 하나의 과제와 선택이 기다리고 있다.

2005년 충청시대의 원년. 무엇보다 충청권에 우선돼야 할 프로젝트는 ‘국가적 과업이자 국민적 여망’인 행정도시 건설을 ‘현실’로 만드는 일이다. 이는 충청권이 진정으로 국가의 중심으로 자리 잡기 위한 가장 시급한 선결과제다. 다행히 행정도시 건설을 위한 준비는 착착 진행되고 있다. 지난 12일 건교부는 행정도시 건설청 개청준비단 현판식을 갖고 본격적인 개청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연기·공주 등 행정도시가 들어설 현지는 현지대로 편입토지에 대한 보상절차를 밟는 등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 같은 장밋빛 희망과 기대와는 달리 지금 충청권의 기상도는 아직 흐리고 어둡다. 바로 행정도시 특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여부 판결이 임박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경험했듯이 신행정수도 특별법의 위헌 판결에 따른 그 파장을 우리는 익히 아는 바다.

그러나 지금의 이 어둠은 그 당시와는 달리 더 이상 위헌 판결을 우려하는 시계제로가 아니다. 정부나 충청권 자치단체의 법리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는 것은 아니지만 행정도시 건설은 민족사에 부여된 시대적 조류이자 책무이다 당당한 역사적 사명 앞에 위헌이라는 동어반복은 없다.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듯이 지금의 어둠은 ‘오리무중’이 아닌 ‘여명’임을 단언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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