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한의학과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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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 한의학과 과학

  • 승인 2005-09-13 00:00
  • 김중길 한국한의학硏 의료연구부 책임연구원김중길 한국한의학硏 의료연구부 책임연구원
▲ 김중길 한국한의학硏 의료연구부 책임연구원
▲ 김중길 한국한의학硏 의료연구부 책임연구원
한의학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허준의 ‘동의보감’일 것이다. ‘동의보감’은 임진왜란이 끝난 후, 선조의 명으로 태의였던 허준이 16년여의 작업을 거쳐서 1610년에 완성한, 실제 임상에서 활용하기 편리하게 편집한 임상 지침서 이다.

세종 때 편찬되었던 향약집성방(1433)이 주로 중국의 송나라 이전의 의서를 위주로 모아서 한국의 향약을 추가한 의서인 반면에 ‘동의보감’은 향약집성방보다 금·원 및 명대의 새로운 의학을 많이 받아들인 책이다. 당시에는 가장 발달된 의학을 받아들인 서적이었지만, 명말 및 청대의 실증적인 고증학의 영향을 받은 새로운 의학의 변화조류를 반영하지는 못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동의보감’이 명초까지의 중국의 새로운 의학지식들을 받아들여서 한국적인 현실에 맞게 재구성된 서적인 반면, 중국에서는 1408-1643년까지 대온역(大溫疫)이 19회나 발생하였으며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의하여 온병학(溫病學)이라는 새로운 의학체계가 발달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최근 2002년 11월 중국에서는 사스(SARS)가 발생하여 세계적인 이슈가 되었으나, 다행히 한국까지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현대와 같이 사람이 쉽게 여행할 수 없었던 과거에는, 중국의 명대에 여러 번 발생했던 사스와 같은 괴질이 한국으로 확산되기는 쉽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전염병의 발생과 확산이 적었던 한국에서는 1610년 ‘동의보감’ 이후에 동의수세보원(이제마, 1894)이라는 사상체질의학이라는 새로운 의학체계로 발전하게 되었고, 중국전통의학과의 가장 큰 차이를 나타내는 한국한의학의 특징적인 학문으로 부각되었다.

과학적이라는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닌, 그 시대의 다른 사람들로부터 검증되고 공유되는 객관적이고 보편타당 하다는 것이다. 전통의학이라는 것은 단순히 옛날 사람들이 사용했던 옛날 의학이 아닌, 현재에도 사용되어지고 있는 그 존재의 가치를 실제 사용자들로부터 인정을 받은 의학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현실적인 존재의 가치가 없어지면 자연스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한의학이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살아남아서 쓰이고 있다는 것은,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라는 국수주의적인 감정 때문이 아닌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필요성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고도로 발달된 의료기술을 가진 서구에서 보완대체의학이 계속 확산되는 현실에 전통의학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규명해 보고자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공산화 이후 전통의학을 보호·육성하려는 정책을 폈던 중국과 달리, 한국에서의 한의학은 미국에서 보완대체의학(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의 대두에 힘입어서 재조명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오랜 연구의 자료와 경험을 가진 중국과 한국의 한의학에 대한 연구의 현실에 대한 비교를 당하게 된다. ‘동의보감’ 이후의 한국의 한의학과 중국의 전통의학의 서로 다른 발전에서 보여주듯이, 세상의 모든 학문은 역사적인 필요성에 의해서 형태를 달리하게 된다. 신비주의적인 자세로 한의학에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보다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한의학의 존재 가치와 장점을 파악하여, 우리 인류의 건강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알아내는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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