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하면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의 단독회담을 두고 ‘고스톱’에 비유해 대통령은 이른바 연정이라는 ‘쇼당’을 걸었고, 박근혜 대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결국 ‘나가리’로 결론, 다음 판으로 고스톱은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상생과 정치발전을 바라는 국민들은 ‘개평’도 받지 못한 채 씁쓸해 하고 있다며 풍자되고 있을 정도다. 여기에 노무현 대통령의 다음 판의 수는 ‘탈당 후 개헌 발의’ 등의 초강수인 ‘죽어도 고’를 할 것이라는 일부의 시각이 나돌면서 국민들은 허탈한 웃음과 함께 더더욱 정치권에 환멸과 회의를 느끼며 점점 더 등을 돌리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태풍’은 보통 바람과는 다르다. 수백 년 묵은 나무의 뿌리가 뽑히고, 깊은 강과 바다가 범람하고, 소중한 사람의 목숨도 한순간에 앗아간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강력한 태풍일수록 기압은 낮으며, 그 중심인 태풍의 눈은 정작 큰 힘이 없음에도 주위의 바람의 힘을 이용해 꼿꼿하게 똑바로 서서 움직이며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태풍’은 정치권에 두 가지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첫째는, 강한 힘은 위에서 아래로 누르는 압력이나 권력이 아니라 스스로 낮추면 낮출수록 그 힘은 더욱 강해지며, 마음을 비우면 비울수록 그 힘은 더더욱 커지니 스스로를 낮추고 마음을 비우라는 것이다. 아울러 진정코 망국적인 지역구도 타파를 바란다면 연정이나 이당, 저당과의 통합,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정권을 창출한다는 생각 대신에, 수혜 복구에 한창인 전라도, 경상도 등에 충청도, 강원도 등의 지역민들이 동참하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전라도, 경상도 등이 함께 하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강원도 등 각자의 지역민들이 모여 서로 땀흘리며 힘을 모아 수혜복구를 계속 하다보면 그동안의 모든 오해와 갈등이 자연스레 풀어져 지역구도도 사라지지 않겠느냐는 깊은 뜻이 담겨있을 것이리라. 이처럼 이번에 찾아온 태풍 ‘나비’는 우리에게 최근 정치권의 화두인 ‘지역구도 타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를 아무 말없이 몸으로 가르쳐 주고 있다.
이 땅의 정치인들이 진정코 국민 모두가 바라는 신명나는 정치, 국민과 함께 울고 웃으며 살아가는 정치를 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국민에게 사죄하고 새롭게 태어나길 바란다.
언젠가 또 찾아올지 모르는 ‘태풍’이 그런 정치권의 의지와 노력을 가상하게 여겨 국민들의 행복과 기쁨을 위해서라도 비켜갈 수도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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