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과거 없이는 존재할 수 없으며, 현재는 과거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연속과 단절의 반복 속에서 발전해 가는 것 또한 틀리지 않은 말이다.
옳지 않은 과거라면 단절해야 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현재 국정원의 위기는 현재의 국정원의 과오에 따른 위기가 아니라, 과거의 국정원의 문제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는 안타까움이 있다. 국정원의 임무는 크게, 국가안보를 위한 대공 업무, 마약사범 추적, 산업스파이 감시 등 다양하다. 과거 정권시절에는 여기에 도청 등을 비롯한 국내 정치문제에 깊숙이 관여해 왔고 이를 통해 정권안보에 기여해 왔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정치개입문제는 국민의 정부이후 청산되어야 할 유산으로 천명되었고, 이미 오랜 기간 이를 이행해 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국정원의 문제는 현재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의 문제다. 그리고 비록 오늘날의 언론 지상에 오르내린다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과거는 과거로 보아야 마땅하다 할 것이다.
IMF 경제위기를 경험했던 우리는 선진국과 우리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후발중진국 사이에서 생존을 위한 국제경쟁력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경험해 보았다. 지금은 후발 중진국은 물론 심지어 선진국에서 조차 우리의 첨단 기술을 빼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 기술자에 대한 온갖 금전적 유혹을 동반함은 물론이다. 이러한 경향은 IMF 이후에 더욱 심화되어 통계에 의하면 그동안 국정원이 적발한 해외불법기술 유출은 지난 98년 이후 82건에 업계 추산 피해예방액만도 70조원이 넘고 있는 실정이며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 더욱 더 심각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핵심기술은 개발도 중요하지만 잘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경향이며 국제적 산업스파이들로부터 우리나라의 첨단기술을 지켜내는 중심에는 묵묵히 일해 온 국가정보원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국정원의 속성상 대외적으로 스스로의 공적을 내세울 수는 없었겠지만,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장으로 첨단과하기술 개발의 최일선에서 일해 오면서 국가정보원의 공적을 나름대로는 접할 수 있는 많이 있었기에 이들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이와 같은 첨단기술의 보호이외에도 항공우주분야의 특성상 필수적인 국제공동연구에 해외에서 참여하고 있는 연구원들의 보호에도 많은 신경을 써주었다. 첨단 항공우주분야의 연구개발에 대한 국정원의 각종 지원을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바쁜 중에도 틈틈이 간부들이 직접 연구현장을 찾아와 격려를 해줌으로써 연구원의 사기를 크게 올려줄 뿐만 아니라 연구개발의 진행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나간 과거의 문제로 인해 국가적 안보의 중추기관이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다. 그들이 그동안 축적해 왔던 경험과 정보, 그리고 인적 네트워크 등을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온 것이 아니다. 이번 기회에 불명예스러웠던 과거의 작은 부분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불투명한 국제정세의 변화 속에 다가오고 있는 무한 기술경쟁시대에서 국가의 첨단과학기술을 지켜내고 계속 발전시키기 위한 미래지향적인 국정원으로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아야할 것이다.
우리와 경쟁하고 있는 세계적 정보기관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안보와 첨단과학기술을 지켜주고 지원해주는 국가정보원의 역량은 아직 미흡한 점이 없지 않다. 세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우리는 우리의 눈을 세계로 돌려야 한다. 이것만이 21세기 선진 한국을 건설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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