酒人 만나 100일을 기다렸나보다

酒人 만나 100일을 기다렸나보다

한잔의 소곡주로 태어나기 위해…

  • 승인 2005-09-09 01:57
  • 유지영 기자유지영 기자
고향의 맛 민속주 한산 소곡주 따라잡기


무형문화재 우희열씨 비법 공개
밑술은 흰무리 많을수록 순한맛
술독 반쯤 묻은채 저온 숙성해야

우리의 전통주는 술빚기에 있어 일정한 공식이나 절대적인 재료의 배합비율이 있는 것이 아니다. 지역마다 가문마다 술 빚는 이의 솜씨에 따라 재료의 가감과 발효기간, 술 빚는 시기가 달라지고 그에 따라 맛과 향기도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같은 재료로 같은 시기에 술을 빚었다 해도 술독마다 그 맛이 제각각이다.

전통주 가운데 한산소곡주는 1500년 전 백제 왕실에서 음용하던 술로 알려져 가장 오래된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한산소곡주 빚는 과정을 충남무형문화제 제3호, 국가지정명인 제19호로 지정된 우희열(67)씨의 도움말로 따라가본다.

한산소곡주는 누룩 만들기에서 시작해 100일 동안의 발효 숙성과정을 거쳐 탄생한다. 하지만 제조법이 있다 해도 숙성시간, 혼합비율 등 미세한 차이에도 술맛이 크게 달라져 술빚기에 따른 주인(酒人)의 정성이 어떠한 전통주보다 필요한 술이다. 주재료는 찹쌀, 멥쌀, 들국화, 메주콩, 엿기름, 누룩, 홍고추, 생강.

우희열씨는 술 빚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재료가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때문에 같은 재료로 술을 빚는다 해도 “한산에서 빚지 않으면 동동주가 된다”고 말한다. 술맛을 좌우하는 물과 좋은 재료가 기본이 되는 것은 어쩌면 좋은 술의 당연한 것.


▲누룩빚기 = 소곡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밀을 거피하지 않은 채로 방앗간에서 하얀 가루가 나게 찧어다가 물을 쳐가면서 반죽을 하는데, 주먹으로 쥐어서 버실버실 풀어질 만큼 되직하게 한다. 이것을 꾸덕꾸덕해질 때까지 손으로 주무른 다음 누룩 고리에 담아 발로 디뎌서 성형을 한다.

누룩을 띄울 때는 불을 때서 뜨끈뜨끈한 아랫목에 놓아두고 가끔씩 뒤집어 주어서 골고루 뜨게 한다. 이렇게 스무날을 계속하는데 다 뜬 누룩은 가마니에 담아 한 달쯤 묵혔다가 술 담기 며칠 전에 햇볕에 고루 건조시킨다. 이것을 절구에 넣고 매우 곱게 찧어서 다시 말리는데, 낮에는 햇볕을, 밤에는 이슬을 맞히길 사나흘 하면 곱짠내(뜬내)가 없어진다.


▲밑술만들기 = 끓여서 식힌물에 누룩가루를 넣고 하룻밤 방치한 후 체로 걸러서 찌꺼기는 버리고, 얻은 누룩은 불린 물과 찹쌀로 흰무리(백설기)를 만들어 식힌 후에, 조금씩 떼어서 함께 항아리에 넣고 나무주걱으로 잘 젓는다.

뜨뜻한 아랫목에 뚜껑을 연 상태로 2∼3일 두면 밑술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면서 발효가 된다. 밑술은 흰무리가 많을수록 순하고 부드러운 맛의 소곡주가 되고 누룩이 많이 들어갈수록 독한 술이 된다.


▲덧술 = 밑술의 발효가 끝나는 7일후, 찹쌀로 고두밥을 짓되 물을 골고루 뿌려준다. 고두밥은 완전히 차게 식혀서 준비된 항아리에 고두밥 한켜, 누룩 한켜, 엿기름 한 켜씩을 켜켜로 앉히되, 가끔 메주콩을 한 켜씩 앉힌다. 덧술 앉히기가 끝나면 발효가 다된 밑술을 솥에 넣고 팔팔 끓여서 덧술 앉힌 항아리에 죄다 쏟아 붓고, 서늘한 땅속에 묻는데, 뚜껑을 덮지 않고 3일을 보낸다. 뚜껑을 덮지 않는 까닭은 덧술이 발효가 되면서 생기는 훈김이 다 빠져 나가야 술 맛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3일이 지난 후 훈김이 빠져 나가면 한지로 항아리를 봉하고, 뚜껑을 덮어 술독을 반쯤 땅에 묻어 숙성시키는데 약 100일이 걸린다. 땅 속에 묻은지 3일째에는 술 바탕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것이 멎으면서 가라앉은 상태로, 바탕이 마치 어른 손가락 굵기 정도의 골이 지고 술독가를 따라 약간의 테두리가 생긴다. 술바탕에 골이 지는 때를 같이하여 항아리를 한지로 봉한 다음, 비로소 뚜껑을 덮어 저온 숙성에 들어간다.
100일이 되면 용수를 박아 술을 떠내고 자연 침전 시킨 후 병에 담아내면 된다.







과거길도 포기하고 마셔 ‘앉은뱅이 술’
한산소곡주 알고 마시자

▲유래=옛 백제왕실에서 즐겨 마시던 소곡주는 백제 멸망후 망국의 한을 달래기 위해 백제 유민이 한산지역에서 다시 빚어 마신 게 유래가 됐다. 조선시대 때 한양에 과거보러 가던 선비가 한산지방을 지나다 목이 말라 인근 주막에 들러 미나리부침을 안주로 소곡주 한잔을 마셨다. 그 맛이 너무 좋아 두잔째부터 취흥이 돋은 선비는 시를 읊고 즐기다 시간을 보내 결국 과거를 치르지 못했다. 여기에서 술맛에 취하면 자리에서 일어설 줄 모른다 하여 ‘앉은뱅이 술’이란 별명을 얻게 됐다.


▲맛=한산소곡주는 저온에서 100일간 발효숙성시켜 제조한 곡주로 독특한 감칠맛과 깊고 그윽한 향이 으뜸이다. 인공 첨가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뒤끝이 깨끗하고 숙취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산소곡주를 빚을 때 사용되는 재료로 특히 들국화는 그윽한 향과 강한 살균력으로 잡미를 없애 순수 곡주 그대로의 감칠맛을 낸다. 한산소곡주는 양력으로 12월, 음력으로 10월에 술을 내려 그 이듬해 1월까지 100일 동안 익힌 술을 으뜸으로 친다.


▲음식 궁합=한산소곡주와 궁합이 맞는 안주로는 단연 미나리부침이다. 미나리는 향긋한 맛이 일품인 계절채소로 비타민 등 영양소가 풍부하다. 요즘에는 미나리부침 외에 육회, 아구찜 등이 애주가로부터 손꼽히는 안주다.







<한산 소곡주 만드는 과정>
▲ 누룩딛기
▲ 누룩딛기
▲  밑술빚기
▲ 밑술빚기
▲ 고두밥 짓기
▲ 고두밥 짓기
▲ 술빚기
▲ 술빚기
▲ 술채취
▲ 술채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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