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면천 두견주’ 진달래향 가득 “명약이 따로없네”
불치병 치료의 명약, 두견주. 고려 개국공신 복지겸이 이름 모를 병을 앓았다.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던 그에게는 15살난 ‘영랑’이라는 딸이 있었다.
매일 밤 아미산(부
두견주는 음력 정월에 꽃술용 누룩을 준비해 밑술을 빚어놓고 진달래가 만개할 때 그 밑술에다 꽃잎과 술밥을 다시 비벼 넣는 정성스런 과정을 거친다. 그 뒤 삼칠일이 지나면 심지불을 술독에 넣어 완전히 익히면 완성된다. 분홍색인 술빛은 진달래꽃잎을 연상시킨다. 진달래 향과 달콤함이 어우러져 첫잔의 거부감도 없다. 진해작용을 도와주고 성인병예방, 피로회복에 효과가 있다.
#금산 ‘인삼주’숙취없이 깔끔~ 흥에 취하다
불로장생의 명약 ‘인삼’으로 빚어낸 한국의 대표적인 민속전통주다. 신비한 약효 때문인지 술을 먹은 뒤에도 숙취가 없고 한잔 술에 배어나는 알싸한 인삼향과 혀끝에 감도는 맛은 여느 명주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나다.
국제행사 건배주로 등장할 만큼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술로 토종닭을 푹 삶아 요리한 삼계탕에 금산 인삼주를 반주로 곁들이면 수라상도 부럽지 않다. 첫잔부터 인삼의 향이 입가에 남는다. 입안에 감도는 솔잎 향과 쑥향 역시 최고다. 피부병에 효능이 있다는 금성산 기슭의 약수를 사용한다.
자연을 벗삼아 즐기는 풍류판에 어울리는 술은 술이면서 술이 아니어야 한다. 인위적으로 만든 술이 아니라 자연에서 숙성시킨 술이 좋다. 인삼주는 술이면서 약이고 약이면서 술이기에 넉넉한 가을밤, 흥을 돋우기에 충분하다.
#아산 ‘연엽주’뒤끝에 감도는 누룩내가 좋아라
왕을 향한 충심이 담긴 술, 연엽주는 150여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연엽주의 시조는 조선 고종 때 ‘비서감승’이라는 벼슬을 지낸 이원집. 3년 연속 가뭄이 들자 수라상에조차 술이나 유과, 식혜 등이 올라올 수 없었다.
미안함을 느낀 이원집은 주먹밥 크기의 누룩과 고두밥을 연잎으로 감 싼 다음 따뜻한 방에 두었다. 엿새 뒤에 연잎 안에 술이 괴었다. 술잔이 필요없어 연잎을 그대로 펼쳐 마셨다.
고종에게 올렸던 대궐연엽주가 바로 이 술이다. 지금도 연엽주는 청렴하고 강직한 선비의 기상이 있는 품격있는 술로 불린다. 술 빚은 잘 익은 벼이삭 같고 까놓은 알밤 같다. 첫 잔이 침이 괼 정도로 새콤한데 술이 오래돼 시큼한 것과는 다르다.
단맛이 없고 뒤끝에 누룩내가 잡혀 단술을 싫어하는 애주가들에게는 편안한 술이다. 새콤한 맛은 두세 잔 째부터 엷어지기 시작하면 잔을 내려놓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닐 것이다.
#논산 ‘가야곡 왕주’황금쌀과 금강의 조화로 빚어
‘황금쌀’과 ‘금강’의 절묘한 조화. 술맛은 ‘쌀맛’이고 ‘물맛’이라 했다. 물과 쌀에 따라 술의 맛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논산은 예나 지금이나 가도가도 끝이 없는 논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곡창지대다. 물이 깨끗하다. 금강이 지난다. 쌀이나 물을 오염시킬 만한 것도 없다. 여기서 나온 쌀과 물로 빚은 술이 ‘왕주(王酒)’다.
맛과 약효가 탁월해 왕실에 진상되기 시작하면서 ‘어주(御酒)’라 불렸다. 궁중 술을 대표하는 왕주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는 종묘대제(중요무형문화재 56호)에서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왕주는 향으로 마신다. 절묘한 향, 술잔을 입에 대는 순간 향은 코를 타고 온몸으로 퍼진다. 누구도 딱 부러지게 얘기하지 못한다. 야생국화·구기자·솔잎·홍삼·매실 등 갖가지 재료가 은은한 향을 뿜어내기 때문이다.
#공주 ‘계룡 백일주’‘가문의 술’ 한잔에 神仙된 느낌
명산 ‘계룡산’에는 명주 ‘계룡 백일주’가 있다. 말 그대로 100일동안 익힌 술로 원조는 궁중술이다. 1623년 반정에 성공한 인조는 일등공신 중 한 명인 이귀(李貴)에게 왕실 대대로 전해온 양조비법을 하사했다.
이때부터 이 술은 연안 이씨 가문의 며느리를 통해 오늘까지 이어졌다. 때문에 제조법은 문헌에도 기록돼있지 않다. ‘가문의 술’로 전수됐기 때문이다. 빚기가 워낙 까다롭다 보니 늘 귀했다.
향긋한 향취와 부드러운 느낌이 일품으로 ‘신선이 마시는 술’ 또는 ‘마시면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이 드는 술’이라고 해 ‘신선주’로도 불린다. 경관이 수려한 공산성의 누각에 앉아 짙푸른 금강을 내려다보며 잔을 기울이면 신선이 될 것이다. 술을 빚기 위해 봄이면 진달래꽃을 따고, 가을이 오면 국화꽃을 따다 말려야 한다.
부드럽고 감칠맛이 입안에 감돌며 각종 유기산, 당질,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하고 식욕증진, 혈액순환 촉진 등에도 효능이 있다.
#청양 ‘구기주’새콤·달콤 “한잔 하실래요?”
누러면서도 맑은데 붉은 빛이 돌 정도로 진한 술, 땅의 신선이라고 불리는 구기자로 담근 술이다. 약재 냄새가 강하며 새큼하고 달착지근하다. 전혀 감미를 하지 않은 구기자와 약재로 우려낸 맛이다.
구기자술이라 하지 않고 구기주라고 한 것은 청양에 다른 구기자술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옛 문헌에 구기주(枸杞酒)라고 표현했기 때문이다. 1등급의 술로 담가야 16도의 술 도수가 제대로 나온다.
약재로는 두충잎, 두충피, 감초, 구기자뿌리를 달여서 넣고 구기자는 따로 달인다. 구기주는 보약 한 첩이라 할 만하다. 물론 약재 향도 진하다. 그런데 마시고 나면 입안이 끈적이지 않고 누룩의 잔 맛도 남지 않는다. 감칠맛이 돌아서 한잔 더 마시고 싶은 생각이 절로 난다. 가히 우리나라 최고의 약술이라는 찬사를 보낼만하다.
#서천 ‘한산 소곡주’百濟 1500년 비법… 달콤한 첫맛
유구한 잠에서 깨어났다. 백제 1500년의 비법과 건지산의 맑은 물로 빚어낸 명주중의 명주 한산 소곡주. 의자왕과 삼천궁녀의 풍류와 흉내낼 수 없는 중후하고 뛰어난 감칠맛과 향은 단연 으뜸이다. ‘앉은뱅이 술’이라는 별칭의 소곡주는 조선 초에 가장 많이 알려진 술로 기록돼있다.
한양에 과거 보러 가던 선비가 한산 주막에 들렀다가 술맛이 너무 좋아 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는 술을 마시면서 시간을 낚다가 결국 과거를 보지 못했다는 설화가 있다. 또 도둑이 남의 집안에 들어가 물건을 훔치려다 술독을 발견하고 그 술을 마시다가 술맛에 취해 주저 앉았다는 일화도 전해지고 있다.
독해서가 아니라 술맛이 좋아 마시기 시작하면 자리에서 일어설 줄 모른다고 해 이때부터 일명 앉은뱅이 술이라 전해져왔다. 소곡주를 마시는 날, 이후 모든 약속을 취소해야 한다. 붉은 기가 감도는 노란색을 띠며 첫잔의 달콤함에 매료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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