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글탱글 영글어가는 대추나무, 아기주먹만큼 제법 커진 감나무,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한 고향의 들녘. 이맘때쯤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면 어머니가 빚던 민속주가 아닐까?
“조상님 제상에 햅쌀로 빚은 우리 술을 빠뜨릴 수는 없지.” 정성이요, 사랑이던 그 맛, 그 추억을 잊을 수 있을까? 이 가을… 향기로운 그리움에 취하다.
충남
최씨가 민속주를 맛본 건 성인이 된 20살 때랍니다. 예전엔 명절 때마다 젊은 사람들이 시골 마을을 돌며 웃어른들께 인사를 하러 다니곤 했죠. 그럴 때마다 주인어른은 문안인사 온 젊은이들에게 이제 성인이 됐으니 술 한잔 먹어도 괜찮다며 음식과 술을 내주곤 했답니다.
최씨는 그래서 방문했던 동네 집집마다 그 집안의 비법으로 만들어 내놓은 전통 민속주를 거의 맛보았다고 자랑하곤 합니다. 한때는 이들 술이 밀주라고 해서 단속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조상님 제상에는 햅쌀로 정성드려 빚은 전통주를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동네 어른들의 생각을 바꿀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주전자에 담긴 맑고 청아한 색깔의 전통민속주를 사발 잔에 따라 부은 뒤 입안에 쓰싹 털어 넣으면 부드럽게 넘어가는 그 맛과 향취가 오랫동안 입안에서 맴돌았다는군요. 특히 누룩냄새가 은은히 풍기는 쌀로 담은 곡주를 목에 넘길 때의 그 맛이란 형용할 수 없다는 겁니다.
여기에다 안주로 내 준 부침개를 양념 간장에 찍어 먹는 맛이란 가히 일품이었다지 뭐예요.
외국에서 건너 온 양주다, 뭐다 하며 시중에 값 비싸고 다양한 술이 쏟아져 나와도 전통민속주를 빚었던 우리네 어머니들의 정성 깃든 손맛과 신토불이(身土不二) 재료맛에 감히 비교될 수 있을 까요?
예전 고향 동네에서 맛보았던 민속주에 대한 최씨의 짝사랑(?)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최씨는 자신이 젊었을 때 간직했던 이같은 모습을 요즘엔 찾기 어려워졌다며 안타까워 하더군요. 지금 시골에 젊은이들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은 것도 원인이겠지요. 그리고 설령 마을어른들에게 인사다니는 젊은이들이 있어도 집안 전통으로 빚는 민속주가 워낙 손이 많이 가다보니 과거처럼 민속주를 담그는 집을 찾기가 쉽지 않다네요.
이러다가 우리 전통민속주가 점차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닌 지 걱정이 생깁니다.
다가올 이번 추석에는 잊혀져가는 우리 전통 민속주에 대한 향취를 한 번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자 여러분, 민속주에 한번 푹 빠져 볼까요.
탁주에서 소주까지 한민족 역사와 함께
한국의 전통술은 탁주, 약주, 소주로 대표된다. 이 세 가지 가운데 제조방법으로 볼 때 탁주가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탁주에서 재(滓)를 제거하여 약주가 되었으며, 이를 증류해 소주가 만들어졌다.
가장 오래된 대중주 집집마다 제조법 달라
탁주
오늘날에도 널리 애음되고 있는 막걸리인 탁주는 약주와 함께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도시의 서민층과 농민에게까지 폭넓은 기호층을 가지고 있는 우리 민족의 토속주이다. 탁주는 예로부터 자가제조로 애용되었기 때문에 각 가정마다 독특한 방법으로 만들어져 그 맛도 다양한 것이 특징이었으며 대중주로서의 위치도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다.
白米로 만드는 양조주백제시대 일본에 전수
청주
청주는 백미로 만드는 양조주로서 탁주와 비교해 맑은 술이라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청주는 음료로서 사용되지만, 육류와 생선요리 등 각종 요리에 조미용으로도 사용된다. 청주는 삼국시대부터 만들어진 한국의 술이다. 백제시대에는 일본에 술 빚는 법을 전했으며, 고려시대에는 발효된 술덧을 압착하거나 걸러내어 맑은 술을 빚었다.
‘용수’박아 淨水만 걸러내 백하주·소국주 등 즐길만
약주
약주는 탁주의 숙성이 거의 끝날 때쯤, 술독 위에 맑게 뜨는 액체 속에 싸리나 대오리로 둥글고 깊게 통같이 만든 ‘용수’를 박아 맑은 액체만 떠낸 것이다. 약주에 속하는 술로는 백하주, 향은주, 하향주, 소국주, 부의주, 청명주, 감향주, 절주, 방문주 등이 있다. 이밖에 호산춘, 약산춘 등이 있는데, ‘춘(春)’자를 붙인 것은 중국 당나라 때의 예를 본뜬 것이다.
제주도. 안동소주 유명 개성에서는 ‘아락주’
소주
소주는 오래 보관할 수 없는 일반 양조주의 결점을 없애기 위해서 고안된 술로서 발효 원액을 증류하여 얻는 술이다. 우리나라에서 소주는 안동, 제주도 등지에서 많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소주는 지역마다 명칭을 달리했다. 개성에서는 ‘아락주’라고 했고, 평북지방에서는 ‘아랑주’라고 했다. 충북 일부에서는 ‘새주’, ‘세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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