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는 열혈 여형사와 베일에 둘러싸인 신비로운 자객, 그리고 베테랑 형사인 안포교, 이들 셋의 대결과 슬픈 사랑을 그린 무협물이다. ‘인정사정없다’의 이명세 감독 특유의 화려한 영상미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때는 18세기, 조정의 어지러움을 틈타 시중에 가짜 돈이 유통된다. 좌포청의 안 포교(안성기)와 단짝을 이룬 남순(하지원)은 매사에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의욕적인 신참이다.
물불 가리지 않는 성격 때문에 남순은 안 포교의 걱정을 사지만 경륜이 두터운 안 포교는 무공이 월등하고 변장에도 능한 후배 남순을 누구보다 믿고 있다. 안 포교와 찰떡 궁합을 이뤄 가짜 돈의 출처를 찾던 어느 날, 남순은 떠들썩한 장터에서 유력한 용의자인 병판 대감(송영창)의 오른팔 ‘슬픈 눈’(강동원)과 운명적으로 만난다.
‘생애 단 한번의 대결, 그리고 단 한번의 사랑’의 순간을 경험하는 것이다. 순간적 스침이지만 그들은 서로를 직감적으로 느낀다.
이명세감독 영상미 살린 사극멜로
두 남녀의 사적이고 개인적인 접촉 속에서 상대를 알아가는 그 모색의 과정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형사’는 멜로 드라마의 연인관계를 사극액션이라는 장르 구조 위에서 형사와 용의자의 관계로 치환시킨다.
단번에 슬픈 눈에 빠져버린 남순. 출생과 성장 배경이 알려지지 않은 채 자신을 거둬준 병판 대감의 명대로 임무를 수행하던 고독한 자객 슬픈 눈 역시 남순에게 연정을 느낀다.
인정사정 볼 것 없는 상황에서 마주 선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대결의 상황에서 제어할 수 없는 사랑의 연심이 타오른다. 그러나 조선 최고의 여형사 남순과 신비로운 자객 슬픈눈은 숙명적인 대결을 피할 수 없다. 역모를 꾀하는 자와 역모를 막으려는 자의 돌이킬 수 없는 대결.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을 수밖에 없는 숙명적인 갈등에서 그들의 사랑은 더욱 애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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