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것도 없고 혹시나 뇌물 오해?” 고민
“3만원으로 딱히 살 것도 없는데 뭐하러 하나요? 괜히 오해만 받을 텐데요”
최근 이해찬 국무총리가 경제 살리기 차원의 ‘공직자 추석 선물 주고 받기’를 권장했지만 지역 공직 사회는 최근의 뒤숭숭한 분위기와 비 현실적인 선물 상한선에 막혀 별반 호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공무원들이 얼마전 발생한 대전시 뇌물 비리 사건의 여파로 자칫 뇌물로 오해 받을 수 있는 선물 수수 행위를 꺼리고 있는데다 공직자 선물 상한액인 3만원을 지킬만한 선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충남도청에서도 올 추석을 앞두고 공직자 기강 확립과 부패 방지 교육을 강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부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암행 감찰이 이뤄지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올해 추석 선물은 거의 사라진 분위기다.
매년 이맘때면 밀려드는 선물세트 주문으로 대목을 맞던 도청 주변 상점들은 예년에 비해 20%에 불과한 주문량에 울상을 짓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공직자 선물 제한금액(3만원)에 막혀 선물 구입을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명절 선물로 많이 쓰이는 괜찮은 과일 선물세트가 최소 5만원은 줘야 살 수 있는 현실에서 3만원으로는 과일은 커녕 쌀 1포도 살 수 없다는 게 공무원들과 상점 주인들의 설명이다.
도청의 한 공무원은 “예전에는 명절이 돌아오면 상·하급자, 동료간 과일 등 선물을 주고 받는 모습이 많았으나 올해는 아닌 것 같다”며 “정부에서는 선물 주고받기를 권장하지만 요즘같은 분위기에서는 조그만 선물도 부담되는게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공무원도 “구두는 고사하고 와이셔츠 한 벌 값도 안되는 3만원으로 무슨 선물을 하겠느냐”며 “건전한 선물 주고받기가 활성화 되려면 선물 상한액부터 현실화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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