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도 외출 자제… 주변식당 울상
유통업체 “추석특수 물건너가나” 걱정
“요즘 시민들이 시청 공무원을 색안경 쓰고 보는 것 같아 가슴 아파요. 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고 일손마저 안 잡히니 어쨋든 이 일이 하루 빨리 마무리됐으면 좋겠어요.”
대전시 한 간부는 건설 공무원 비리와 관련, 착잡한 심경을 이같이 토로한 후 “몇몇 때문에 선량한 공무원들까지 비리공무원으로 몰려 안타깝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그는 “이번 사태로 직원들의 사기가 크게 저하돼 공직내부가 심한 후유증에 시달리지 않을까 크게 우려된다”며 걱정했다.
김모 주사도 “비리를 저지른 것에 대해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지만 이번 일로 공직사회에서 한동안 사라졌던 복지부동현상이 고개를 들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면서 “땅에 떨어진 행정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대전시 전 공직자가 심기일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일로 입은 마음의 상처는 쉽게 잊을 수 없겠지만, 이를 계기로 공무원 모두가 환골탈태는 물론, 위기를 기회의 전기로 삼아 친절·봉사의 공직자상을 세우도록 다함께 노력하는 길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모 서기관은 “요즘 구설수에 오르기 싫어 점심시간 바깥출입을 삼간 채 아예 청내 구내식당을 이용하고 있다”면서 “하루 빨리 수사가 종결돼 새로운 출발의 전환점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를 입증하듯 건설 공무원의 비리사건 이후 대전시청 주변 음식점들은 저녁은 물론, 점심시간에도 한산해 개점 휴업을 연상케 하고 있다.
반면 대전시청 구내식당은 요즘 점심시간마다 발디딜 틈 없을 정도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음식점 업주 정모씨(52)는 “지난달 중하순 이후 점심시간에 시청 공무원들의 발길이 뚝 끊겨 파리만 날리고 있다”면서 “장기화 될 경우 시청 주변 음식점 중 문을 닫는 업소가 상당수 될 것”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대전 모 백화점 한 관계자도 “가뜩이나 어려운 형편에 이번 사건으로 지역경기가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경제 활성화 일환으로 부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선물 주고 받기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앙시장 상인 최모씨(63)는 “이번 사건으로 올 추석 대목은 다 본 것 같다”고 우려한 뒤 “대전의 지역경기는 공무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지역 보다 크다”며 걱정했다.
그런 가운데 일부 청내 공무원들은 “이번 사태 이후 동료 직원간에도 불신감이 팽배해진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집에 가도 식구들 보기조차 민망해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다”고 실토했다.
특히 지난 25일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은 시 건설관리본부 공무원들은 “아직도 일손을 잡지 못한 채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고 귀띔한 후 “심지어 행정의 누수현상마저 우려된다”고 말했다.
올해 초 건설관리본부에서 경제국으로 자리를 옮긴 한 공무원은 심적 부담 때문에 불면증 등으로 시달리다 최근 심장병이 재발, 현재 병원에 입원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시 고위간부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그 후유증은 지금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조직 내 충격은 예상외로 큰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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