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초대석] 태극기와 성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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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초대석] 태극기와 성조기

  • 승인 2005-09-05 00:00
  • 최영근 한남대 교수최영근 한남대 교수
▲ 최영근 한남대 교수
▲ 최영근 한남대 교수
어릴 때 시골에서 가장 큰 이벤트는 가을 운동회였다. 맑은 가을 하늘을 수놓은 화려한 만국기는 운동회의 분위기를 한껏 띄워 놓았고, 그 가운데서 태극기를 찾았을 때 새로운 감동을 느낀 기억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국기는 한 국가의 권위와 존엄성을 나타내는 하나의 상징으로서, 그 국가의 전통과 이상을 특정한 색과 모양으로 나타낸 기(旗)이다. 지구상에는 200여 개의 국가가 있고, 190여개의 국가가 국기를 가지고 있는데, 각 나라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표상이기 때문에 상징성이나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주목성이 높은 색채와 형태를 선택하게 된다.

그렇다면 지구상에서 가장 우수한 국기는 어느 나라의 국기일까? 필자는 우리나라의 ‘태극기’와 미국의 ‘성조기’를 최우수 국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태극기와 성조기는 각 나라의 전통과 이상을 담고 있는 상징성뿐만 아니라 동·서양의 조형문화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태극기는 1882년 8월 9일 특명전권대사(特命全權大使) 일행이 도일(渡日)할 때 국기의 필요성을 논의해 제작, 8월 14일 일본 고베에서 처음 게양한 것이 태극기 효시라고 한다. 동양 문화권에서 태극(太極)은 우주자연의 긍극적인 생성원리를 상징하는 데, 적색은 존귀와 양(陽), 청색은 희망과 음(陰)을 나타낸다. 따라서 태극기는 동양의 어느 나라의 국기보다도 동양문화의 특성을 잘 나타나고 있는 국기인 셈이다.

동양의 조형문화는 직선적인 서양에 비해 곡선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서양의 건축이 직선적이라면 동양의 건축은 곡선의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

성조기(星條旗·Stars and Stripes)는 1777년 처음 제조되었는데, 줄무늬와 별로 구성된 성조기는 어느 한부분에서도 곡선적인 형태가 나타나고 있지 않아, 서양 조형문화의 직선적인 특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현대의 모든 조형문화·디자인에서 시원한 직선적인 요소가 강조되는 것은 서구문화가 인류문명을 이끌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성조기는 현대문명을 이끌고 있는 조형문화의 상징인 셈이다.

태극기는 곡선적, 동양적 이미지를 대표하고, 성조기는 직선적, 서양적인 특성을 대표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문명권을 대표하는 두 나라의 국기가 형태적인 면에서는 대조적이면서도 색상에서는 적색과 청색을 주조색으로 하는 공통적인 요소와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세계 각국의 국기 가운데에서도 적색과 청색을 산뜻하게 대비시켜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가 선진국이라는 것도 또 하나의 흥미로운 일이다. 서로 다르면서도 공통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두 나라의 국기가 미래 인류문화의 중심축이 서양에서 동양으로 옮겨 올 때, 협력요인을 어떻게 유발시킬 것인지 자못 궁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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