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구 대전시교육청 부교육감 |
을지연습이란 살수대첩으로 유명하며 지략과 용맹이 뛰어난 고구려 장수 을지문덕에서 따온 명칭으로 지난 8월 22일부터 26일까지 4박 5일간 실시했다.
훈련에서는 교육기관도 예외일 수는 없다. 비상사태로 인하여 학교가 불가피하게 군작전에 활용되거나 수업이 불가능하게 되면 조속히 상황을 판단하여 신속한 대처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국가동원령에 의거 교직원이 동원될 경우나 사상자 및 행방불명자 등으로 결원이 있을시 어떻게 충원할 것인가를 사전에 충분히 대비해 놓지 않으면 우왕좌왕하게 되어 결국 교육력의 손실로 이어지게 된다.
최근 국제 정세를 보면 중국과 러시아가 최초로 군사합동 훈련을 실시하고 있는가 하면, 지금 산둥반도에는 훈련정보를 수집하려고 각국의 정보원들이 몰려 스파이 전쟁 중이라고 한다. 일본도 정보부대의 필요성을 느껴 창설할 계획이라는 아사히신문의 보도가 있었다. 이처럼 세계는 지금 정보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공식적인 핵보유 선언과 4자회담이니 6자회담이니 하면서 한반도의 정세가 불투명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최근 국내 상황은 화합과 배려보다는 갈등과 분열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불법 도청 테이프인 이른바 X파일로 나라가 온통 시끄럽다.
세계는 지금 소리없는 전쟁인 정보(또는 첩보)전쟁을 치르고 있다. 국가 경쟁에 있어서 성패의 최대 관건은 바로 정보다. 제 아무리 우수한 인력과 자원을 확보하고 있더라도 고품질의 최신 정보가 차단되거나 지연, 유출, 왜곡되면 모두가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그래서 과거나 지금이나 ‘정보는 바로 국력’이라고 하는 것이다.
특히 남북이 대립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는 국가와 민족의 안위를 보전하기 위해 정보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문제이다. 우리 국가정보원이 1990년 이후 123명의 간첩 검거와 1998년 이후 85건의 산업스파이를 찾아서 77조원에 이르는 국부 유출을 막았다는 기사를 보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 강대국들이 정보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이때 그동안 국가정보기관의 일부에서 본질적 가치에 충실하지 않았던 이유로 존폐 및 예산과 사업계획 공개 등을 논하는 등 많은 우려 속에 백가쟁명식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한편, 많은 사람들은 보안과 기밀이 생명인 정보기관의 지나친 정보역량의 노출이 자칫 경쟁국에 새로운 빌미를 제공하지 않을까 하는 깊은 우려를 하고 있다.
공자의 제자 자공이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스승인 공자에게 묻자 공자는 ‘백성을 배부르게 하고(足食), 백성들을 방어하기 위한 군대가 강해야 하고(足兵), 국가에 대한 백성들의 믿음이 있어야 한다(民信之)’고 했다. 그리고 공자는 이 세 가지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백성들의 믿음(信)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무신(無信)이면 불립(不立)이라고 한다. 믿음이 없으면 개인도 기관도 설 수 없다는 뜻이다. 백지에 국정원의 역사를 다시 쓰려면 조속히 불법도청의 진상을 밝히고, 철저하면서도 엄격한 자기반성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과거부터 누려온 특혜나 특권이 있다면 과감히 버리고 본래의 업무인 국가의 안보나 테러방지, 국제범죄예방 등에 전념하여 명실공히 국가보위의 첨병으로서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본래의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을지연습은 가상전쟁을 상정한 훈련이다. 정보기관의 올바른 정보판단으로 올바른 정책이 이루어질 때 을지연습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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