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경제1부장 |
광역행정기관인 대전시를 개청이래 처음으로 압수수색 상황에 몰아넣은 이 사건은 그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 아직 가늠하기 힘들다.
인허가와 공사감독을 맡은 대전시 건설공무원과 지역의 대표적 건설업체인 계룡건설의 ‘부적절한 거래’는 뇌물을 받은 당사자 중 한명의 자살로 충격을 더하고 있다.뇌물사건에 연루된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역시 이 지역에서는 처음이다.
대전시청과 계룡건설에 대한 경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 결과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뜨겁다.국세청 회계전문가까지 동원한 경찰의 수사 의지 또한 그 어느사건보다 높다.
30여년 창사이래 처음으로 압수수색을 당한 계룡건설의 임원들은 회사의 개입여부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경찰수사의 초점은 건설직 공무원과 계룡건설 공사 현장 실무자간 단순 뇌물수수인가,대전시 건설직 공무원들과 계룡건설의 조직적 개입에 의한 비리인가에 집중돼 있다.
문제는 현재까지 나온 수사결과는 공무원들이 받은 돈이 ‘용돈’ 수준의 관행을 넘어섰다는데 있다.
구속된 공무원이 계룡건설 직원으로부터 받은 돈은 최근까지 43차례에 걸쳐 매달 200만원씩 8600여만원에 이른다.다르게 해석하면 이 공무원은 공직 외 ‘부업’을 갖고 있던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의 혈세로 진행되는 공사발주와 인허가,감독이 제대로 이뤄졌을지는 의문이다.
기업경영의 기본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윤을 남기는 것이다.“공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현장 실무자가 건넨 돈”이라는 계룡건설의 해명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 이유다.
지난주 한 방송사에 출연한 염홍철 대전시장은 뇌물사건과 관련된 입장을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1963년 케네디 암살사건을 예로 들었다. 염 시장은 케네디가 암살당한 후 모든 방송사가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부끄러움,수치를 뜻하는 ‘Shame’이라는 자막을 내보냈다고 말했다.
비유의 적절성 여부에 관계없이 염 시장은 참담하고도 부끄러운 현재의 상황을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들렸다.또 어려운 여건에서도 직무에 충실한 대다수 공무원들까지 시민들이 오해하지 말아달라는 당부의 말도 곁들였다.
광역자치단체 즉 지방정부가 비리사건으로 압수수색을 당하는 초유의 사태는 염 시장을 포함한 대전시에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다시는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을 수 있는 장치마련에 나서야 하는 것이 그 첫째다.
계룡건설 역시 이 비리사건을 뼈를 깎는 자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연매출 1조원대의 계룡건설이 향토기업으로 안주하기엔 규모가 너무 커졌다.
이 사건을 대하는 지역민들의 시선이 어떤지를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지역의 대표적 기업으로서의 책무와 역할을 다해 왔는지,앞으로 어떻게 방향을 설정해 기업경영에 임할지 고민해야 한다.
비리사건의 전모는 경찰,검찰의 수사에 의해 드러날 것이다.사건은 이미 대전시와 계룡건설의 손을 떠났다.
대전시와 계룡건설 모두 현재의 상황을 위기만으로 인식하기 보다는 투명행정과 투명경영의 호기로 삼기를 권한다.
위기는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그 어느때 보다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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