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지금의 상황에서 국정원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국민을 불법 감시해 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은 없다. 그렇지만 이번 일의 정확한 원인 분석 없이 국정원의 앞날을 마구 몰아치는 것은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젠 꾸짖는데 쏟았던 열정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냉정해질 때가 아닌가 한다.
이번 국정원 불법도청의 근본적인 배경은 인사문제이다. 국정원이 1961년 중앙정보부로 출발한 이후 27명의 조직수장이 임명되었다. 단 한사람의 내부승진자도 없이 모두 정권에 의해 ‘낙하산’으로 임명된 사람들이다. 더욱이 그런 원장들은 직원의 임면권뿐만 아니라 1급 직원을 제외한 모든 직원의 승진 등 인사를 마음대로 할 수 있었고, 특히 ‘근무태도불량, 직무능력수행 부족’등 모호한 기준으로도 얼마든지 내보낼 수 있어 결국 국정원은 원장과 권력자에게 충성하는 직원들만 요직을 차지하게 돼 결국 정권의 사조직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도청의 배경은 이런 상관관계에서 탄생한 것이다.
그럼 국정원은 앞으로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첫째, 인사가 변해야 한다. 지금처럼 원장, 차장을 다 대통령사람으로 데려오는 한 국정원이 정권안보기관이 될 수밖에 없다. 권력에 휘둘림 없이 본연의 업무인 ‘국민의 안전과 산업?기술정보??보호하는 일’에 매진할 수 있는 내부승진제도의 보장이 필요하다. 인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곧 정치적 중립성의 제도화이기 때문이다.
둘째, 국정원의 해외?국내기능??구분보다는 오히려 통합운영이 우리의 현실에 맞는 것 같다. 안보문제와 함께 테러, 마약, 산업스파이 사건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날 수 있는데도 정보기관을 해외와 국내로 분리 운영한다면 국가정보의 공백사태를 피할 수 없다.
특히 통일을 성취해야만 하는 분단국으로서 북한관련 국내외 정보에 대한 종합적인 역량이 절실한 터에, 인터넷 등 통신이 고도로 발달한 상황에서 해외?국내??양분하는 것은 현실감각과 세계적인 추세에 맞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국정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 그 비밀스러움에서 탈피하고 과감하게 국민들에게 순수한 정보기관으로 다가서야 한다. 그동안 이런 저런 명목으로 1조원 넘는 예산을 통제하고, 국내보안정보의 수집?처??? 국가안보와 관련한 범죄에 대한 수사권, 통일부등 중앙부처에 대한 정보 및 보완업무의 기획조정권, 국민들에 대하여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성실성 및 신뢰성을 조사하는 신원조사권 등 막강한 권력을 행사 했던 것이 사실인데, 그 예산결산이나 조직활동 등은 철저히 비밀에 가려져 그 어느 누구도 알 수가 없었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이 지지한다. 그 방법과 절차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거버넌스 차원에서 논의되고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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