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단상] 대전 국립현충원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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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단상] 대전 국립현충원을 다녀와서

  • 승인 2005-08-31 00:00
  • 김은덕 공주 우성초 교사김은덕 공주 우성초 교사
여름방학을 코앞에 두고 우리 반 아이들과 대전 국립 현충원을 다녀왔다. 현충원에 도착해 호국관에서 ‘소년의 하루’라는 호국 교육영화를 관람하였다.

영화에 나오는 소년의 아버지는 전투훈련 도중 부하를 구하고 숨진 공군 장교였다. 현충일을 맞아 소년의 어머니와 누나는 음식을 장만하여 소년을 데리고 대전 현충원에 성묘하러 왔다. 가족들에게 끌려오다시피 대전 현충원에 오긴 했지만, 소년의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던 것은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며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성묘는 아랑곳하지 않고 경내를 돌아다니며 투덜거리던 소년은 다리를 저는 한 노신사에게 버릇없이 굴다 노인에게 끌려가서 전시관을 관람하게 되었다. 그 소년은 전시관에 있는 각종 기록사진과 유물, 유품을 보면서 비로소 순국선열들에 대한 고마움과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자랑스러운 마음을 갖게 된다는 줄거리의 영화였다.

영화 관람 이후 의장대 시범도 보고 현충탑을 찾아 분향한 후 미리 준비해간 수건을 들고 사병묘역으로 이동하였다. 의장대가 멋진 묘기를 보여줄 땐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서 어쩔 줄 모르던 우리 반 녀석들이었지만, 수천 기의 병사 묘역을 대하더니 숙연한 마음이 드는지 준비해간 마른 수건을 빨아서 묘비와 상석을 닦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은선이가 닦고 있던 묘비의 돌화병에 꽂혀 있던 종이컵이 눈에 띄었다. 그 종이컵을 주워 드는 순간 종이컵 밑에 거의 그대로 남아있는 소주 한 병을 발견하였다. 묘비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순직일 1982년 10월 29일 육군 이병 윤석범’이라고 씌어있었다.

먹색도 선명한 묘비와 화병 속의 소주, 빛바랜 종이컵을 번갈아 바라보며 나는 자식을 성묘하러 왔다 영면한 자식에게 소주 한 병과 종이컵을 남겨두고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는 노부모의 모습이 연상되어서 자꾸만 눈앞이 흐릿해져 옴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가슴에 묻은 자식의 묘소에 올 때마다 윤이병의 부모님은 이 곳에 피눈물을 뿌렸으리라. 어디 윤석범 이병뿐이겠는가. 하나같이 집에선 귀한 아들들이었을 이 호국 영령들을 앞세우고 부모와 가족들이 흘린 눈물이 곳곳에 배어있다고 생각하니 묘역의 흙 한 줌, 풀 한 포기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대전 국립 현충원 현장학습을 통해 우리 반 아이들이 나라사랑 정신을 좀 더 키웠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나도 앞으로는 자주 대전 현충원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학교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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