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딸의 결혼을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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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딸의 결혼을 앞두고

  • 승인 2005-08-31 00:00
  • 이호용이호용
어리기만 한줄 알았던 딸 아이가 어느덧 자라 내곁을 떠나려 하고 있다. 결혼날짜를 잡아놓고 결혼날이 다가오니 만감이 교차한다. 시원한 마음보다는 가슴 한켠이 아릿해온다.

딸을 둔 부모 누구나 다 그럴테지만 딸이 자라면서 나는 작은 소망을 가졌었다. 내가 다정하지 못하니 좀 다정하고 따스한 성품을 가진 남자와 결혼했으면 하는.

보통 딸들은 다정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면 아버지 같은 배우자를 꿈꾼다고 하는데, 내 딸은 사업하는 아비를 두어 늘 바쁘고 집을 비우기 일쑤여서 아버지의 부재를 느꼈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내 기억으로는 딸아이에게 따스하게 대해준 적이 없어서 딸아이의 마음에 섭섭함이 남아있지 않았을까 걱정이다. 또 사업이란게 내 맘대로 되는게 아니어서 가끔은 경제적인 고통도 안겨주기도 했고, 어느 때는 불안함도 안겨주어 혹시 남자에 대한 불신을 갖지 않았을까 염려도 했는데 다행이다.

딸 아이의 결혼을 준비하면서 나는 정말 아비로서 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 나는 딸아이를 결혼시키며 청첩장을 내지 않으려 한다. 혹자는 내가 너무 유별난게 아니냐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정말 내 딸을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에서 번잡하지 않은 조촐한 결혼식을 치르고 싶다.

눈부신 새출발을 축하받아야 할 인륜지대사인 결혼이 언제부터인가 너무도 복잡하고 혼란한 상태에서 시장판 같은 결혼식이 되어버렸다. 청첩장을 받고 가야 될지 말아야 될지 갈등도 하게 되고 막상 소중한 시간을 내어 가더라도 신랑 신부 얼굴도 못보고 사람들에게 밀리고, 그리고 봉투만 던져두고 식사하고 돌아가야 하는 현대의 결혼식. 꼭 세금고지서 같은 청첩장을 나는 내지 않으려 한다.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지인들만 모시고 조촐하지만 딸아이를 조용하고 아름답게 보내고 싶다. 사업하면서 참 힘든 일도 많았다. 사업에 부도가 나면서 주저앉고 싶은 절망에도 휩싸였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고마운 분들 덕분에 다시 내 이름을 찾았고 그동안 아비 때문에 고통받았던 내 아이들에게도 아비 노릇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내 힘으로, 아비의 마음만으로 딸아이를 보내고 싶어졌다. 아비의 능력이 닿는 만큼 그리고 모자라는 부분은 아비 마음으로 채워주고 싶다. 다행히 청첩을 내지 않겠다는 아비의 마음을 이해하는 딸아이에게 고맙다. 물론 맏딸이고 우리집의 첫 결혼이라 연세드신 어머니나 아내의 섭섭해 하는 마음을 모르지 않지만 가족이기에 내 진심을 이해해주리라 믿는다.

그리고 나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던 분들도 나의 진심어린 마음을 안다면 이해하리라 믿는다. 조금은 유별난 아비를 두어 결혼까지도 유별나게 치르는 것 같아 딸아이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딸아이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하면서 든든한 사위를 자식으로 하나 더 두게 되어 마음 든든하다.

부디 생각만 해도 마음 아린 내 딸, 결혼해서 건강하고 아름다운 가정을 꾸려나가는 지혜로운 여성이길 바라면서 떠나보내는 섭섭한 마음 속에 커다란 기쁨 있는 아비의 마음을 전한다.
부디 행복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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