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용 편집국 부국장 |
두 기업은 규모에선 비할 바가 아니지만 ‘국가 1등’ ‘지역 1등’이란 점이 바라보는 시선에 유사성을 갖게 한다. 삼성은 ‘삼성공화국’이란 말이 과장되지 않을 정도로 국내 최대 영향력의 1등 재벌이고, 대전지역에선 계룡이 삼성의 지위를 누려왔다.
1등에 걸맞게 사회적·경제적 기여에서도 단연 수위다. 재해(災害)라도 있을 땐 100억원씩이나 되는 돈을 뭉텅뭉텅 내놓는 곳이 삼성이고, 1억원씩 들고 시도지사를 찾아가 이웃돕기 성금으로 기탁할 수 있을 지역 기업으론 계룡이 거의 유일하다. 모르긴 해도 세금도 가장 많이 낼 것이다. 삼성은 우리나라에서, 계룡은 대전에서 납세 공로 1위일 게다. 국민이라면 삼성을 자랑스럽게 여길 만하고, 대전 시민에게 계룡은 고마운 향토기업이다. 비록 손을 뗐지만 모두들 싫다는 대전시티즌을 운영해왔고, 새로 만들어지는 시민구단 참여에도 가장 큰손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1등으로서의 책무였고, 1등을 유지하는 한 앞으로도 그러한 사회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하다.
그런 삼성 계룡이 수사의 칼날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삼성은 정치자금으로 권력형 범죄에 호응한 죄고, 계룡은 아직 건설현장이면 당연한 일로 통하는 ‘단순 뇌물죄’에 해당되지만 모두 ‘부정한 돈’의 문제라는 점에선 같다. 삼성이 국가 권력을 상대로 하고 있다면 계룡은 지방공무원 또는 지방권력이 대상이었다는 점이 다르다.
이런 거래가 1등 기업에만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2등 3등 기업에도 있다. 1등의 경우엔 문제가 잘 안 되거나, 되었다하면 사건이 더 커지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이번 계룡건설의 경우엔 사건이 더 커지는 경우에 해당된다. 계룡건설은 이번에 문제가 된 뇌물이 ‘관행적’이라고 주장하고 또 공무원들도 같은 주장을 한다.
‘관행’일수도 있다. 그러나 1등은 그 명예와 영향력만큼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다. 같은 뇌물을 받아도 6급 공무원이 1억원을 받고 자치단체장이 1000만원을 받았다해도 1000만원을 받은 죄가 더 중한 것과 같다. 물론 현실에서는 그 반대지만.
이번 수사는 물론 ‘1등 물고늘어지기’는 아니다. 건설업체와 공무원 사이에 이뤄진 ‘조직적 비리’의 가능성이 문제의 핵심이고, 경찰 수사도 여기에 중점이 두어져 있는 듯이 보인다. 또 공무원에게 주는 단순뇌물 차원을 넘는 ‘지방 권력과의 유착’ 가능성도 배제되지 않을 것이다. 지방권력과의 유착이 이번 수사에서 확인될 가능성은 낮지만 1위의 향토기업으로서 의심받기 쉬운 부분이다.
이번 수사에서 계룡이 주목된 또 다른 이유로 신당 추진 문제와 연결되어 언급되기도 한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조차 진위를 알 수 없는 문제겠지만 혹 정치적 목적에서 수사의 단초가 이뤄졌다면 이건 또 다른 문제다. 단순 뇌물비리보다 더 큰 권력형비리가 되기 때문이다.
지금 계룡건설은 ‘관행적 범죄’에 불과한 데도 더 가혹한 수사를 받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나 1등에게 더 요구되는 ‘도덕성’ 때문이라고 자위해 보면 어떨지 모르겠다. 계룡은 IMF 직후에도 전국 건설업체 중에서 경영평가 1위를 달릴 만큼 건실한 향토기업이었고, 지금도 우량기업이다. 계룡은 이번 시련을 더 건강한 1등 기업으로 태어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또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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