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최우석 부회장이 쓰신 삼국지 경영학이다.
삼국지는 오래전부터 세상이치를 일깨워 주는 최고의 고전중의 하나로 널리 읽혀 왔는데 이를 현대의 경영학적 측면에서 다시 해석해 본 책이다. 나라가 흥하고 망하는 것도 기업과 비슷하다. 처음엔 참신한 기운이 충만하고 도전정신과 창조성이 넘치지만 차츰 오래될수록 지도층 타락과 무사안일에 빠져든다. 군주(CEO)의 역할이 핵심적이어서 그 그릇됨과 운에 따라 왕조(회사)의 부침이 결정된다.
조조, 유비, 손권 세사람은 처한 상황이 다르고 경영스타일도 달랐지만 출중한 리더십이 있어 사람이 따랐고 인재를 잘 썼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큰일을 이루는 CEO는 인재를 중시하는 한편 시대상황을 잘 읽고 이에 부합하는 경영방식을 밀고 나간다.
조조는 만기총람형·손권은 합의형·유비는 권한위임형이다.
만기총람형은 스스로 명석하고 정력적이어야 하며 평가시스템이 정확하고 냉철해야 한다. 위임형은 사람을 잘 보고 관대해야 한다. 그 대신 부하들이 스스로 최선을 다하게끔하는 인품과 분위기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절묘한 조합이 잘 이루어 질 때 국가나 기업은 성공하고 번성해지며 그렇지 못하면 쇠락의 길로 접어들 것이다.
CEO로서의 조조는 유연한 사고, 배짱, 열정을 겸비하고 천하를 훔친 아이디어맨으로서 재평가 하고 있다.
또한 조조는 엄격한 신상필벌과 이성적 판단을 갖춘 아주 냉철하고 차가운 인물이지만 사람을 심복시키고 감동을 주는 감성적인 면도 갖춘 아래로부터 존경받고 사랑받는 CEO였다,
다시정리하면 구상력 결단력 친화력 행동력 임기응변력 인간적 매력을 갖춘 인물이었던 것이다.
한편, 유비는 부드러운 것 같으면서도 강하고 강한 것 같으면서도 부드러운 특성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아무 기반도 없이 그야말로 맨주먹으로 일어나 그만한 패업을 이루려면 그런 신축자재함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상황에 따른 빠른 변환은 위대한 경영자의 자질이다. 강한 참나무는 부러지기 쉽지만 부드러운 갈대는 흔들릴 뿐이다.
유비는 적당히 고개를 숙일 줄도, 때를 기다릴 줄도 알았다. 그러나 천하거나 비굴하지 않았다. 지향하는 바와 원칙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마음속에 큰 뜻과 정열을 품고 있으면서도 겉으론 매우 부드럽고 온화했다.
자기 몸을 낮추는 겸손과 높은 내공이 유비는 솜에 싼 강철로 비유된다.
CEO로 보면 유비는 대단한 전략가에다 노련한 협상가였다. 겉으론 양순해 보이면서도 떼쓸땐 떼를 쓰고 시침뗄 땐 시침을 떼면서 큰 실속을 챙겼다.
요즘 우리가 접하고 있는 세태를 꼭 집어 말하고 있는 듯하다. 경영학에 관한 책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는 이즈음 옛 고전을 다시 해석해 읽는다는 참신함과 삼국지를 다른 각도에서 읽고 음미해 보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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