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배 서울주대 정치부장 |
도대체 자민련에 어떤 원죄가 있기에 이토록 ‘비련의 정당’으로 전락했을까. 서글픔에 만감과 애증이 수없이 교차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직후 열린우리당을 새로 만들기 위해 당을 가를때도 호남의 일부정치세력들의 완강한 저항이 있었다. 권력의 원심력에 따라나선 신당세력들은 고집불통의 민주당 잔류파들을 향해 “결국 ‘호남자민련’에 불과할 것”이라며 비소를 던졌다.
이처럼 제3자들마저 한때 충청도 정서와 지지를 한 몸에 받았던 자민련을 실패한 정당케이스로 들먹이며 까불어도 방어세력하나 하나 만들어 놓질 못했다. 거꾸로 자민련을 통해 덕을 봤거나 새로운 입지구축을 했던 사람들이 되레 자민련을 헌신짝 취급하듯 박절한 언사를 토해내는 태도에 이르면 심한 구토증이 느껴진다.
이런 자민련을 완전 ‘리모델링(구조변경, 체질개선)’하여 산뜻한 새 출발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당명 개칭문제 만큼은 당 혁신위 조차 어쩔 수 없는 고민에 빠진 듯 하다. 이보다 급한 범충청 통합신당 문제에 대해서도 독자신당을 주장하는 세력들은 다가서려는 자민련측을 향해 “적어도 ‘도로자민련’만은 되지 않겠다”고 손사래를 치고있고, 자민련측은 그런 독자신당 추진세력에 대해 “반쪽자민련을 만들겠다는 거냐”며 서로 헐뜯는 공박에 혈안인 것이 현실이다.
자민련이든 신당이든, ‘충청권 정서’를 기반으로 새롭게 정치모색을 해야할 같은 지역의 정치세력이다. 무슨 불구대천의 관계 길래 같은 지역의 정치세력간에 둘로 갈라져 자리조차 함께 못하고 대치국면만을 거듭하고 있는 걸까.
이처럼 불확실성만 키우고 있는 동안, 그에 따른 손실도 곧바로 양측에 돌아가고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자민련을 탈당한 두 명의 충남도의회 부의장들이 25일 급기야 한나라당으로 안착했다. 따지고 보면 양측의 기득권과 주도권 다툼에서 벌어진 제3의 선택은 아닐까.
말로는 ‘통합의 정치’를 외치며, “개별입당은 가능해도 통합신당은 없다”는 신당 기득권의 오만함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날로 높다. 한쪽에서는 통합신당을 위한 ‘백의종군’을 외치고 있지만 상대는 ‘백기투항’을 요구하고 있는 인상이 짙다.
과연 상대를 무릎 꿇게 해야 직성이 풀릴 세력인가. 자민련 10년 법통을 무력화시켜 얻을 실익은 무엇인가. 스타군단을 여럿 만들어 인물 다변화를 통한 흥행성공을 꾀할 전략적 마인드가 필요한 시대이다. 독점의식으로 가득한 정치는 ‘3김시대’이후 시대착오적이다.
눈을 돌려 중앙의 정치상황과 정당구도를 보라. 3김정치 이후까지 영·호남 패권정치가 영속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동서의 거대세력을 둔 소외세력으로서 지리멸렬한 충청지역의 세를 재결집, 캐스팅 보트로서 중부권 역할론을 강화해야할 당위가 가로 놓여있다.
‘호남자민련’으로 치욕적인 전락을 전망했던 민주당은 상황극복을 통해 정통 민주화세력으로 민주당을 ‘호남의 정치’로 브랜드화 시켰다. ‘호남자민련’으로 놀림을 주던 세력이 민주당에게 도리어 호남굳히기로 만든 자충수가 된 셈이다. ‘도로자민련’이다 ‘반쪽자민련’이다 하며 극단적 언사로 할퀴는 일은 그쳐야만 한다. 신당에 대한 기대감 상실로 이어진 결과가 최근 여론조사가 아닌가 싶다. 상생(相生)과 극적 시너지를 위한 부단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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