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세 안팎으로 보이는 어린아이가 소란을 피우고 있다. 함께 온 듯한 부모는 아이의 소란이 별스럽지 않다는 표정이다. 한 켠에서는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교복을 입은채 수다를 떨고 있다. 심지어 벽에 낙서를 하고 있는 어린 학생들도 눈에 띈다.
일반인들 이용 급증에 책 훼손. 소음 등 ‘몸살’
“예전같지 않은 분위기에 속상” 재학생들 불만
당초 취지 무색… 지역민 의식수준 향상 시급
대학 도서관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지난 2002년부터 대학들이 지역사회 공헌을 목적으로 소속 학생들 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에게 까지 도서관을 개방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초 취지대로 지역민과 함께 호흡하고, 지역민에게 베풀기 차원에서 대학들이 개방하고 있는 도서관들이 지역민들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대학도서관 관계자들은 자칫 본교 학생들에게 피해를 줄까 지역민 개방을 놓고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져있다.
▲대학도서관 이용률 큰 폭 증가=대학 도서관 개방은 교육인적자원부가 대학의 지역사회 공헌도를 수치적으로 평가하기에 가장 손쉬운 방법이었다.
도서관 개방여부와 지역민의 이용률이 대학평가 항목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면서 지역대학들은 너도나도 도서관을 일반인들에게 개방하고 나섰다.
대학 도서관들은 예치금 5만원과 인적사항을 확인하고 책을 대출해주고 도서관 이용을 허락, 해마다 대학 도서관 이용자수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1년부터 일반인 대출에 들어갔던 대전대의 경우 2002년 90권 대출에 불과하던 것이 올해는 전반기에만 672권을 대출했다.
한남대는 지난 2001년 177명(2095권)이었던 이용객이 2003년 1102명(2만1006권), 2004년 1486명(2만7202권), 2005년 7월 현재 1446명(2만2227권)으로 늘어났다.
충남대는 2002년 63명(703건)에 그치던 것이 2004년 403명(5452건), 2005년 전반기만 485명(4838건)으로 해마다 2배이상 이용건수와 이용자가 늘고 있다.
▲시민의식 부족=시립도서관이나 지역도서관이 맡아야할 역할을 대신 떠 안고 있는 대학도서관들이 일반 지역주민 공개 뒤에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부분이 있다. 무엇보다 공공장소에서 지켜야할 공공 질서를 지키지 않는다거나, 책의 훼손, 열람실 소란 등 실태가 심각하다. 특히 본교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는 행동까지 서슴지 않고 있어 대학도서관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충남대 도서관 관계자는 “일반인들의 자료 대출 외에 열람실 이용을 금지하고 있으나 열람실을 많이 이용해 부족한 도서관 좌석으로 본교 학생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며 “고등학생들이 떠들거나 낙서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관리가 어렵다”고 말했다.
한남대에 재학중인 이모군(멀티미디어3)은 “최근 들어 일반인들의 도서관 이용이 급증하면서 도서관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아 속상하다”며 “누구를 위해 대학 도서관을 개방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배재대 도서관 관계자는 “관리가 어려워 지역주민들에게 책 대출을 해주지 않고 열람실 이용만 허용하고 있다”며 “지역주민들의 편익도모와 대학의 고급자료 개방을 통해 지역민들의 지식함양에 도움을 주겠다는 당초 취지를 달성하려면 지역주민들의 의식수준 향상이 요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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