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3년만에 5배 ‘껑충’
우리나라 경제와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두바이유의 현물가격이 지난 2001년 배럴당 12.95달러에서 최근 57달러에 육박했다.
이는 3년만에 5배 가까이 오른 것으로 올해 하반기에도 역시 내리기는커녕 60달러를 위협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산업자원부, 석유공사, 에너지경제연구원, 한국은행, 삼성 및 LG, 한국경제연구원 등 민·간 합동으로 구성된 ‘국제유가 전문가협회’는 “이란, 이라크 등 산유국들의 지정학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이상 국제유가(두바이유 현물)가 배럴당 55달러 밑으로 내려가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 핵문제, 사우디 정치상황, 이라크의 치안 불안 등 단기간 내에 해결이 어려운 국제문제들이 산재해 있는 것도 국제유가 고공비행 지속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수입물가 가파른 상승세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중 수출입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원화기준) 총지수(2000년=100)는 114.34로 전월보다 3.4% 올라 두달째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수입물가 상승률도 6월의 1.8%에서 7월에는 3.6%로 급등했다.
특히 원유를 포함한 기초원자재 수입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2%나 올라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한은은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과 원화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수입물가가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고유가, 수출시장 직격탄
간신히 회복쪽으로 방향키를 돌려잡은 한국경제에 고유가는 ‘독’이 될 수밖에 없다. 유가가 오르면 수출기업 입장에선 원가가 올라가고 세계경제가 유가급등으로 타격을 입으면 그만큼 수출 시장도 줄어든다.
수출 감소가 내수에 타격을 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가능하지만 아직까지 국내경기는 잘 버텨내고 있다.
물가인상 압력도 그리 높지 않으며 종합주가지수 역시 10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오히려 경기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
이는 원화 강세 기조가 고유가 부담을 일부분 상쇄시켰고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세계경제가 수출 시장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 같은 유가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유가에 대한 내성이 한계에 달할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게 제시되고 있다.
대체 에너지원 등 대책 시급
이해찬 국무총리는 지난 1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에너지 소비행태를 바꾸는 것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을 도출하는 일이며 에너지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국민의식을 바꿔나가려는 노력이 긴요하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이어 산업자원부의 에너지절약 캠페인과 건설교통부의 대중교통체계 개편 등을 지시했다.
이는 결국 국제유가 고공행진에 정부에서 추진할 수 있는 대책이 에너지절약 캠페인과 언제 이뤄질 줄 모르는 대중교통체계 개편 뿐이라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고 만 것이다.
실제로 각 관공서를 비롯해 각 기업관련 기관들은 사실상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못한 채 에너지절약만을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고유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단기와 중장기 차원에서 에너지 대책을 마련, 정부와 기업, 가계가 모두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체단체는 교량 경관 조명시간 조정 등 에너지 절약 방안을 마련중이며 기업들도 에너지 남용을 줄이고 고효율 에너지 상품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또 부가가치를 높여 유가 상승 등 원가 상승 압박을 견디려는 노력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는 대체 에너지원을 마련하고 원유 수입 채널을 다변화하는 등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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