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단상] 영과이후진(盈科而後進)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교육단상] 영과이후진(盈科而後進)

  • 승인 2005-08-17 00:00
  • 김영호 보문고 교사김영호 보문고 교사
이제 막 한 학기가 지나고 있지만, 벌써 학교 금고가 바닥이 났다고 한다.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이 올해 들어서만 3조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최순영 민주노동당의원의 각 시·도교육청 기채현황조사 결과 드러났다. 16개 시·도교육청의 금년도 전체 예산 33조 중 9.5%가 빚인 셈이니, 지방교육 재정의 왜곡 운용이 심각하다 하겠다.

그러면 우리 대전시교육청의 기채 현황은 어떨까? 우리 대전시는 교육재정 규모가 매우 작아 16개 시·도 중 13위다. 그러나 기채잔액비율은 14.7%(1650억 정도)로 서울 다음으로 2위이며, 기채상환의 교육청 자체부담비율 또한 경기도 다음으로 2위다. 살림형편에 걸맞지 않게 많은 빚을 내어 교육청자체부담사업에 대부분을 쓴 셈이니, 살림꾼에 대한 매서운 책임추궁이 뒤따를 수 밖에 없겠다.

이렇게 지방교육재정이 악화되면서 각 시·도교육청이 불요불급한 사업을 과감히 유예하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 경쟁이 치열한데, 생뚱맞은 대전시교육청의 돌출 사업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인문계로 전환된 지 3년밖에 안 된 우송고의 외국어고 설립 추진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경직성 경비인 대전시 교원들의 맞춤형 복지비를 전국 최하위로 책정했다가, 교사들의 포기 각서 제출 등 전교조의 거센 항의로 겨우 최저수준을 면한 것과 비교해 보면 더욱 그렇다. 각 시·도 교육청이 교육 사업비를 최대한 억제하는데, 유독 대전시교육청만 공청회나 토론회 등 공개적인 여론수렴절차도 생략한 채 사립외고 설립을 강행하려 하는 건 빚 얻어 한껏 과시나 해보자는 것인가?

이는 오교육감이 취임식에서 내세운 ‘영과이후진(盈科而後進)’의 철학과도 정면 배치된다. 따라서 오목한 데를 먼저 채우고 아래로 흐르는 물처럼, 열악한 지역의 교육환경을 먼저 개선하여 대전교육의 전체적인 균형을 회복하겠다는 교육감의 의지는 이렇게 실천돼야 한다. 동부지역과 서부지역의 교육격차가 생활환경의 격차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동부에 사립외고 설립을 지원하기보다는 동부지역 일반계 학교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오교육감이 내세운 ‘학생에게 희망을, 학부모님께 믿음을, 선생님께 긍지를’ 드리는 지름길임을 인식하고 부디 초심을 회복하기를 간곡히 바란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헤드라인 뉴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교원들의 골머리를 썩이던 생존 수영 관련 업무가 내년부터 대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로 완전 이관된다. 추가로 교과서 배부, 교내 특별실 재배치 등의 업무도 이관돼 교원들이 학기초에 겪는 업무 부담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동·서부교육청 학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기존 지원항목 중 5개 항목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맡던 업무 4개를 추가로 지원한다. 먼저 센터 지원항목 중 교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생존 수영 관련 업무는 내년부터 교사들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현재 센터에..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