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와 추위를 제대로 겪어 보아야 사계절을 느낄 수 있다. 땅 기운이 충만한 훈훈한 봄기운도 여름 햇빛으로 충만한 들녘에 수확을 재촉하는 상큼한 가을바람의 고마움을 알 수 있으련만. 에어컨이 사치품인가 필수품인가에 대한 물음을 끝도 없이 해보았다. 십여 년 전 만 해도 ‘열대야’ 하면 ‘젊음’ ‘낭만’ ‘해변’이 가득한 여름밤 정도로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결코 낭만적이지 않은 현실로 다가오고 말았다.
도시는 왜 이렇게 더울까? 여름날은 낮은 덥기 마련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낮이고 밤이 고 더위는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더위는 선배들이 뿌린 환경 파괴의 씨를 오늘을 사는 후배들이 거두고 있는 것이다.
‘불볕’ ‘찜통’ 더위가 지속되는 것은 지구 온난화가 가속되고 있다는 하나의 신호로 보면 된다. 점점 변덕스럽고 이상한 날씨가 많아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폭염, 폭설, 태풍이 우리에게도 친숙하여 ‘몇 십년만에’ 또는 ‘몇 백년만에’ 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기상이변에 점차 둔감해지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이다. 대기 중에 존재하면서 태양 복사에너지를 흡수하여 지구 표면온도를 지난 수만년간 연 평균 섭씨 15도 정도로 유지 하는 역할을 해왔던 온실가스의 대기 중 농도가 높아져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었다. 이로 인해서 대기와 대류의 흐름이 변화되면서 기후변화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온실가스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산화탄소는 화석연료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데 산업혁명 이래 경제성장을 위해 무분별하게 사용되어온 화석연료가 원인이 된다.
현재 전 지구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을 위해 1992년 기후변화협약을 채택한 이후 1997년 교토의정서가 채택되면서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한 노력이 더욱 구체화 되고 있다. 그러나 이산화탄소의 배출 제한이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서 국가적으로 보면 생존의 문제까지 위협받게 될 수준이다. 또한 한번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이후 분해되는데 50~200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그 동안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저주는 계속 지속될 전망이다.
‘열대야’ ‘열섬’이라는 단어는 도시 속에서 이루어지는 지구 온난화 과정과 유사하다. 열대야라고 하면 한낮에 뜨겁게 달아오른 지표의 열기는 해가 지면서 급격히 냉각이 되어 밤에는 서늘해야 정상인데 회색빛 도시로 바뀐 이후로는 이러한 기능이 퇴화되어 25℃ 이상의 고온현상이 유지되는 현상을 말한다.
열섬 현상은 도시지역에서 열대야와 함께 도시 안에서 발생하는 인공열과 대기오염, 인공 구조물과 과도한 포장 등의 영향을 받아 도시상공을 주위보다 높은 온도의 공기가 섬 모양으로 뒤덮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잠 못 이루는 여름밤이 내일은 없고 오늘만을 위해서 살아온 선배들의 저주라는 생각을 하니 잠시 더 더워진다. 여름이기에 당연히 더운 것이 아니라, 환경을 소홀히 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저주를 풀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리가 사는 도시에 초록우산을 씌우고 공기가 소통할 수 있도록 숨통 트인 도시로 변화할 수 있도록 작은 것부터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자꾸만 에어컨이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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