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더위를 식힐 요량으로 가끔씩 에어컨을 켜지만 전기요금부담이 크다는 집사람의 성화에 그마저 여의치가 않다.
그래서 휴일이면 운동 겸 피서겸해서 가까운 계룡산에 오르곤 하는데, 정상부근의 나무 그늘에 앉아 셔츠를 반쯤 올리고 온 몸의 땀을 식히는 맛은 에어컨에 견줄 바가 아니다.
특히, 소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솔 숲에서 지펴 오르는 향긋한 솔 내음을 맡고 있노라면 가히 신선이 따로 없는 듯한 감흥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최근 소나무 에이즈라고 불리는 재선충병이 확산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이제 이러한 즐거움조차 한낱 옛 추억으로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겠구나 하는 위기감마저 든다.
중국에서는 재선충병으로 우리나라 국토면적 크기만큼의 소나무 밭이 사라졌으며, 우리도 예외는 아니어서 산림의 30%가 재선충의 공격을 받고 있다.
소나무 재선충이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1988년부터 약 10여년간은 그 피해면적은 1000㏊미만 이었으나, 이 후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올들어 지난 상반기까지 여의도 면적의 16배를 훨씬 웃도는 5095㏊에 이르는 소나무밭이 재선충으로 피폐화돼가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동안 우리지역은 산림공무원과 산림분야 관계자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아직까지는 재선충으로 인한 피해가 발견되지 않고 있으나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안심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그간 충남도에서는 소나무 재선충병 발생지역의 감염 목을 모두 벌채하여 훈증하거나 소각 또는 파쇄하고, 항공방제 실시와 함께10개소에 소나무재선충병 조사구를 설치해 매개충 분포 조사를 실시하고있다. 이제 소나무재선충병방제특별법이 시행되는 오는 9월부터 예방의무 부과와 벌칙이 크게 강화돼 종전보다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방제대책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다. 소나무 재선충병 매개충은 자체 이동보다는 차량이동을 통해 인위적으로 확산되기 때문에 주민의 협조 없이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 학계를 중심으로 소나무재선충병 치료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이르면 3~5년내 치료제 개발이 이루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치료제가 개발될 때까지는 재선충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비해 나가야만 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격언처럼 소나무가 다 사라진 상태에서는 아무리 좋은 치료제가 나온들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