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명학 편집국 부국장 |
지금 지역정치권은 신당에 대한 평가가 두갈래로 나뉘고 있다. 하나는 자금과 조직 인물난을 들어 “그거 되겠어”하는 회의적인 시각과 기존 정당에 식상해 신당 출현을 기대하는 충청도 정서를 근거해 당장 내년 지방선거에서 “파괴력을 보일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이 그것이다. 최근에 지역정치권의 모 인사와 식사를 같이 할 기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심대평 지사가 추진하는 신당에 대해 관심을 표명했다. 그 인사는 우리 정당사를 열거하며 회의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자유당에서부터 열린우리당까지 수십여개의 정당이 출현하고 몰락의 길을 걸었는데 성공한 정당보다는 실패한 정당이 훨씬 많았으며 성공한 정당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고 그는 말했다.
사실 우리 정당사를 살펴보면 이승만 정권의 자유당, 총칼을 앞세운 박정희 정권의 공화당과 전두환 정권의 민정당 정도가 명맥을 유지했고, 민주화 시대에 들어와서는 3김씨 이른바 정치프로가 만든 정당이 고작이다. 그만큼 우리 정치사에서 정당의 창당은 지난한 문제일지 모른다. 우리 충청권으로 눈을 돌려보자. 김종필씨의 재기를 가져다 준 신민주 공화당에 이어 민자당에서 축출당한 끝에 만들어진 자민련이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자민련은 한 때 50여석이 넘는 전국정당으로서의 위용을 갖췄으나 지금은 단 3석의 의석만을 가진 초라한 미니정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김종필씨의 복심이라고 불렸던 김용환씨의 신당도 실패했고, 이인제 의원이 추진했던 국민신당도 제대로 착근하지 못했다.
심지사의 신당에 부정적인 인사들은 이 같은 창당의 어려움을 역사적 사실을 예로 들어가며 신당에 무게를 싣지 않고 있는 듯 하다. 더군다나 뭔가 요란하고 떠들썩해야 하는데 그런 것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정당이란 게 사람이 모여들어야 하는데 도무지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적어도 노무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울 수 있는 모양새를 갖춰야 하는데 지나치게 지역정서만 의식한 채 낙관적이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프로정치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통합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필패라는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명분도 좋지만 실리가 우선이라는 논리다. 물론 이같은 얘기는 한 때 자민련에 몸담았던 인사들에게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심지사 측은 아직은 요지부동인 것 같다. 적어도 구시대 인사들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겠다는 의지가 확연히 드러나 보인다. 새로운 정치세력의 출현을 기대하는 국민정서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시대적 요청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소리 질러 사람과 관심을 불러들이는 시대는 지났고, 당연히 사람도 새로운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로자민련’은 필패일 뿐이며 자민련과의 통합은 자민련을 떠나 새로운 정치결사체를 결성하는 명분에도 걸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다분히 실리보다는 명분이 우선이다.
어쨌든 충청인의 관심은 신당의 종착점에 쏠리고 있다. 9월이 오면 심 지사의 분권형 정당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것이고, 참여 인사들의 면면도 속속 드러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의든 타의든 심지사의 정치실험은 계속될 것이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1차적 성패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다. 그 성패의 판정이 유권자들의 몫임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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