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대전지역에서 아파트 분양을 앞둔 주택건설 업체들이 분양시기를 늦춰 잡는 등 치열한 눈치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는 이달 말 고강도의 정부 부동산 대책을 앞두고 있는 데다가, 최근 건설사들의 고분양가 책정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올 봄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기대감에 따른 ‘분양불패’의 분위기가 분양업체들을 서로 앞다퉈 분양에 나서게 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올 가을 대전지역에서 가장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되는 아파트는 우림건설의 대덕테크노밸리 2단계 11블록(324가구)과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 컨벤션복합센터 터에 들어서는 (주)스마트시티 아파트(717가구), 중구 태평동 주공 2단지 재건축 아파트의 일반분양 물량(쌍용건설, 183가구) 등이다.
이들 아파트 분양업체는 당초 9월말께 분양을 예정했다가 최근 모두 10월로 분양시기를 늦춰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9월 17~19일이 추석명절이기 때문에 이를 전후해 분양을 하면 분위기상 좋지 않아 연기하게 됐다는 것이 업체들의 겉으로 드러난 이유다.
분양업체 관계자는 “아무래도 추석명절이 끼어있으면, 아파트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데 어려움이 있지 않겠느냐”며 “이밖에 분양시기를 연기한 별다른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반면, 분양업체들이 분양시기를 당초보다 늦춰 잡은 속뜻은, 다른데 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우선 이달말 예정된 정부의 부동산 안정대책의 영향권에서 부동산의 핵심으로 떠오른 대전·충청권 역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 분양시기를 늦춰 잡게한 것으로 판단된다. 확정될 부동산 대책의 내용에 따라 업체들의 분양전략 수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더 큰 이유는 향후 대전지역 아파트가격의 ‘고공행진’을 좌우할 ‘고분양가 논란’이다. 우림건설의 경우 분양가를 지난 봄 분양 때 보다 불과 몇 개월 사이에 평당 100만원 이상을 올린 780만원대로 잡았으며, 스마트시티의 도룡동 주상복합 역시, 대전지역에서 최고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쌍용건설의 태평동 주공은 이보다 낮은 가격인 평당 650만원정도를 예정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내세울 수 있는 호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에따라 업체들은 다른 곳에 앞서 분양을 감행해 각종 여론의 표적이 되는 등 ‘위험 부담’을 감수하기 보다는, 타사의 분양추이를 지켜보며 분위기에 편승하려는 ‘무임승차’ 전략이 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부동산 관계자는 “한푼이라도 더 이익을 남기려는 업체와, 고분양가로 인해 서민들의 내집마련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여론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형성되고 있다”면서 “여론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관할 구청의 사업 및 공급승인 여부가 업체들의 분양일정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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