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번 특별사면에 대해 생계형 운전자 구제 등을 운운했지만 필자가 볼 때는 좀 더 신중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과거 대통령 선거후 도로교통법위반사범과 관련, 범칙금도 사면하는 바람에 이후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자들이 범칙금조차 내지 않던 일이 있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또다시 사면해 줄 것을 뭐 하러 내냐는 것이다.
국민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늘 인식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준법정신이다. 죄를 지으면 처벌을 받는다는 인식 말이다. 이래야 사회가 안정된 시스템에서 돌아갈 수 있다. 이를 올바로 교육하고 계도해야 할 것은 정부 몫인데 거꾸로 국민들에게 범칙금을 내지 않도록 위법을 조장한 꼴이 되었다. 이로 인해 국민들의 준법정신에 악영향을 준 정도는 국민들의 다른 일상생활에 있어 파급효과까지 계산한다면 상상도 못할 정도이다.
서울 시내에서 차량을 운전한 사람이면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인정받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 농담은 끼어들기, 과속, 위협운전, 시비와 욕설 등으로 몇 년간 단련돼 운전실력(?)이 향상된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준법정신이 실종된 운전 행태를 비꼬는 말이다. 우리 운전자들의 운전 행태가 외신에 보도될 정도면 무엇인가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지금도 출?퇴??시간에 차를 운전하다 보면 교차로마다 ‘꼬리물기’는 보통이다. 신호가 바뀌어도 상대차로 운전자는 교차로를 막는 꼬리물기차량으로 진행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뱀이 지나듯 곡예운전을 해야 한다.
도대체 ‘꼬리물기’가 위법사항이라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교차로를 뻔뻔스럽게 가로막는 일은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적체된 교차로를 비워두고 대기하고 있으면 옆 차선에서 비어있는 차선에 끼어들어 교차로를 막는 어이없는 운전까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저녁시간에 경찰들이 음주운전 단속을 하면 반드시 음주운전자가 적발이 되고 단속이 안 되는 날이 없을 정도라는 것이다. 현행법상 종합보험이 강제되지 않으니 무적차량, 대포차량, 무보험차량이 밤거리를 누비고 다니고 게다가 음주운전까지 하다가 사고를 내 걸리는 최악의 경우도 법정에서 종종 보게 된다.
한마디로 아직도 상당수 차량운전자들은 준법정신이 너무도 부족하다는 것이고 지금도 상당수의 준법정신이 실종된 운전자들이 대한민국도로에서 자신과 다른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위험한 운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률이 세계1위였다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로교통법 위반사범 수백만 명을 사면해준 것이 적절하다고 보아야 하는지 의문이다. 이번 사면을 지켜보면서 음주운전 을 해보지 않은 운전자들에게, 또 새롭게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젊은이들에게 음주운전은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심어준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하긴 비리혐의 정치인들에 대한 사면이 논란이 되는 마당에 굳이 음주운전자들에 대한 사면만 가지고 시비 하냐고 묻는다면 대답이 궁해진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