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 ‘고려장 노모’와 패륜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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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고려장 노모’와 패륜 드라마

  • 승인 2005-08-13 00:00
  • 나창호 대전시 서구 갈마동나창호 대전시 서구 갈마동
옛날 한 젊은이가 나이 많은 노모를 지게에 지고 깊은 산속으로 들어섰다. 고려장(高麗葬)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지게 위의 노모는 산 초입부터 부지런히 나뭇가지를 꺾었다. 아들이 “어머니, 이제 깊은 산속에 버려지시면 죽을 수밖에 없는데 무엇 때문에 나뭇가지를 꺾습니까?”라고 물었다. 노모는 “나야 괜찮지만 네가 집에 돌아가다 길을 잃을까 두렵다. 꺾어 놓은 나뭇가지를 보고 찾아가라”고 했다. 아들은 어머니를 다시 집에 모시고 와야 했다.

또 한 이야기가 있다. 앞에 이야기처럼 고려장을 위해 노모를 깊은 산속에 져다 놓고 내려오려는 아버지 앞에서 함께 갔던 아들이 그 지게를 걸머지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왜 버리지 않고 가져가려 하느냐”고 물었다. 아들은 “나중에 아버지가 할머니처럼 늙게 되면 내가 써야 한다” 고 답했다. 그 아버지도 노모를 집으로 모시고 왔다.

두 이야기 속엔 여러 의미가 담겨있다. 첫째는 부모는 어떠한 경우라도 자식 사랑에 변함이 없다는 것이고, 둘째는 노인들은 비록 몸이 늙어 노동력은 없지만 젊은이들이 미처 깨닫지 못하는 지혜가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생활이 아무리 곤궁하더라도 부모를 버리는 패륜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며, 넷째는 누구나 늙는다는 사실이다.

노인층이 급격히 늘어나고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 현실은 어떤가? 치매에 걸린 부모를 먼 곳에 내다버리고 온다는 ‘현대판 고려장’ 이야기가 새삼스럽지 않고, 자식들의 구박에 못 이겨 집을 나왔다는 노인들 또한 부지기수다.

지하철이나 시내버스 안에서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젊은이들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없다. 더 한심한 것은 이러한 그릇된 풍토와 일그러진 사회의 모습을 바로잡는 데 앞장서야할 지상파 방송에서까지 어처구니없는 짓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KBS 드라마에서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뺨을 때리는 장면을 내보내 사회적 물의를 빚고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뺨 맞은 어머니에게 그 아들놈은 “원래 맞을 짓을 했네요” 했다니 더욱 할말이 없다.

국민들이 내는 시청료로 운영되는 방송사에서 이런 패륜의 장면을 내보내 어쩌자는 것인가?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부모도 잘못하면 응징당한다는 걸 가르치자는 의도는 아니겠지만 청소년이 잘못 배울까 두려운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KBS는 응당 크게 뉘우쳐야 하며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민들이 외면하는 방송,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방송은 결코 존재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경로효친 사상을 진작시켜야 한다. 뿌리 없는 나무 없듯이 조상 없는 자손은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고려장에 처해질 뻔한 할머니를 구한 손자처럼 우리 아이들을 올바로 키워야 한다.

우리는 모두 늙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아야 한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칭송과 경로효친의 아름다운 전통이 길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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