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공포영화도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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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공포영화도 변한다

70년대 대학살 - 80년대 SF - 90년대 심리스릴러 - 2000년대 일상적 공포

  • 승인 2005-08-12 00:00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여름철마다 극장가를 서늘하게 만들어온 공포영화도 시대에 따라 다양하게 변해왔다.
70년대 악령을 소재로 한 학살, 살육 등 비교적 단순한 ‘잔혹함’이 현재는 첨단영화기술과 결합한 각종 사회적 병리현상을 다룬 소재로 ‘섬뜩하게’ 변모하고 있다.

70년대 공포영화는 충격적이고 경악스러운 호러 캐릭터를 양산해 냈다. 당시 호러의 대표적인 유형으로는 악령을 소재로 한 영화와 슬래셔 무비 (Slasher Movie)로 일컬어지는 대학살 영화, 혹은 난도질 영화가 있다.

국내의 경우 성(性)이라는 주제가 밑바탕에 깔린 영화가 많았다. 가부장적인 사회구조에서 여인들의 소리없는 흐느낌을 그린, 이른바 머리를 풀어헤친 하얀 소복의 ‘한 맺힌 여자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80년대 호러 영화의 특징은 호러와 SF 장르가 결합된 영화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이런 결합을 통해 인간의 신체 자체가 공포의 대상이 됐던 것이다.

‘플라이’에서 인간을 파리로 만들어 버렸고 ‘나이트 메어’에서는 사람의 손톱을 살상용 무기로 바꾸어 놓았다. 이 시기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한이 서린 고전적인 공포영화에다 흡혈귀라는 서양의 캐릭터를 활용했다. 서구화 돼가고 있는 당시 사회상이 공포영화에도 어김없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혐오감을 주는 영상, 뻔한 결말 등으로 호러영화들은 점차 관객을 잃기 시작했고 심리적 공포를 근간으로 하는 짜릿한 긴장감의 심리스릴러가 90년대 빈 자리를 메꾸기 시작했다.

90년대에는 호러 영화가 퇴조하는 대신 심리 스릴러란 장르가 새롭게 부각됐다. ‘케이프 피어’와 ‘양들의 침묵’이 그렇다. 조용한 가운데 엄습해오는 공포에 기절할만하다. 한국에서는 공포에다 코믹, 액션, 스릴러 등이 혼합된 공포영화가 주를 이뤘다. ‘조용한 가족’, ‘자귀모’, ‘위령제’ 등 비현실적인 상황설정, 잔혹한 살인 등 개연성 없이 엉성하게 뒤범벅된 ‘괴기물’이 범람하기도 했다.

2000년대의 경우 기존의 공포영화 이미지를 과감히 탈피, 다양한 장르와 함께 기술적으로나 스타일면에서도 발전한 듯한 느낌을 받는다. 단순한 귀신이나 드라큐라, 좀비 등보다는 현실사회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가상의 소재를 등장시킨다. ‘가위’, ‘분홍신’, ‘가발’, ‘목소리’ 등처럼 괴물임을 인지할 수 없는 평범한 사람이나 평범한 일상을 소재로 그린 영화가 대부분이다.

여기에다 영상, 음향, 컴퓨터 그래픽 등의 초현대적인 기술을 가미한 잔혹성과 ‘장화홍련’처럼 병리현상 등 심리적 공포를 극대화한 영화가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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