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천식 (주)아름다운 세상 대표. 행정학 박사 |
우리 인간은 너나 없이 어머니의 품속에서 세상의 모든 것을 최초로 경험하였고 그것을 기억한다. 어머니의 심장박동 공명을 통하여 둘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경험을 하였고, 어머니의 품안에서 세상 그 무엇보다도 평안함을 느꼈다. 세상 모든 것의 시작이며 세상 모든 것의 중심이 바로 어머니의 품이었다. 고향과 어머니는 잊을 수 없는 곳이다. 어머니를 존경하고 보살펴드려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면 고향 또한 무엇인가를 챙겨줄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과거의 농경사회에서는 고향은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실존으로 존재하였다. 현실 속의 고향은 먹을 양식을 생산하도록 도와주고 의복과 주거공간까지도 그 품에서 자라난 풀과 나무와 흙으로 충분히 채워주었다. 고향에서 나고 고향에서 자라고 고향에서 살다가 고향의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었고 오랜 세월동안 조상들이 누려온 삶의 방식 또한 다르지 않았다.
최근 들어 급격한 생활양식의 변화는 고향이 삶의 전부이던 의미를 얼마만큼은 바꾸어 놓았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고향은 기억속의 공간이며 과거의 흔적으로 남아있게 되었다. 산업화와 도시화의 급진전은 고향을 잃어버린 실향민을 양산하고 아름다운 추억만 먹고 살 수 없는 가혹한 현실을 일깨워 주게 되었다.
도시의 비정함과 익명성, 이기적이며 폐쇄적 삶의 방식, 언제라도 떠나갈 수 있기에 과거에 비하여 중요성이 떨어지는 지리적 주거공간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 이로부터 비롯된 것이 바로 지역 공동체의 파괴이며 공동체의식의 소멸이라고 하겠다. 지방자치의 주요한 저해요인의 하나로 손꼽히는 주민참여의 부족은 바로 고향상실이 주범이라고 할 수 있다. 지방자치 관계자들이 관심을 가져야할 부분 또한 지역공동체의 재건과 공동체의식의 부활이라고 하겠다.
지역공동체의 개념은 과거 50년 전과 현재가 상이하다. 50년 전만해도 태어난 곳에서 살다 죽는 과거 몇 천 년의 생활방식의 마지막 흔적이 남아있던 시기이다. 따라서 좋아하든 싫어하든, 풍족하든 부족하든 간에 거주지를 바꾸어가며 이동할 수 있는 삶이 아니었다. 지금은 직업상의 이유로, 교육여건 때문에 심지어 삶의 질 때문에 자기가 원하는 지역으로 자유로이 그리고 아주 쉽게 주거를 이전하는 시기이다.
지역공동체의 정책 결정권자는 이러한 현대인의 심리적 특성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방안을 마련하여야 당해 지역공동체를 결집력 있는 사회집단으로 자리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 입각하여 지역 공동체의식을 공고히 하는 정책을 앞장서서 도입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선출직은 재신임의 가능성도 높을 것이며 정책 과정을 통하여 높은 지지율을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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