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역사에서 미래를 읽는다

  • 문화
  • 문화/출판

과거 역사에서 미래를 읽는다

태평양전쟁 ‘한국인 전범’들의 외로운 투쟁 옥중 절필사본 첫공개 화제

  • 승인 2005-08-09 00:00
  • 김덕기 기자김덕기 기자
일본의 독도영유
권 주장과 역사 왜곡 문제가 한반도를 뜨겁게 달궜다. 그에 앞서 중국은 동북공정을 추진하고 있고 미국은 북핵문제에 신경을 쓰며 제재를 가하고 있다. 지금도 북핵문제 등 한반도 문제해결을 위한 이해당사국들 간에 6자회담이 진행되고 있어 국제적인 관심이 한반도에 모아지고 있다. 이같은 시점에 광복절이 다가온다. 나라잃은 설움과 열강의 침략에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과거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미래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책을 통해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편집자 주>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전쟁 때문에 한국인 148명이 전범으로 처벌받았고 그 가운데 23명이 사형을 당했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그 피해자들은 아직 일본 정부를 상대로 외로운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이 책은 1990년대 신문사 도쿄 특파원 출신인 저자가 일본 근무 중 태평양 전쟁 재일 한국인 전범 출신자 모임인 동진회(同進會) 회원들이 50년이 넘도록 일본 정부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보상 투쟁을 기자의 감각으로 고발한 논픽션이다.

일본은 전쟁 중 미국,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호주 등 수십만명의 연합국 포로가 붙잡히자 1942년 8월에 식민지인 조선과 대만 청년들을 감시원으로 징발해 동남아시아 각지의 전장에 마련된 포로 수용소에 보냈다. 영화 ‘콰이강의 다리’로 유명한 태국 지역에서는 콰이강 철도공사에 수많은 연


합국 포로가 강제 노동에 동원돼 “침목 하나에 사람 하나가 죽었다”는 말이 생겼을 만큼 혹독한 강제노동에 시달렸다.

이같은 전쟁 속에서 그들을 지휘 감독해야 했던 한국과 대만인 감시원들 다수는 전후에 전범으로 몰렸다.
이 책에는 유기징역형 복역자가 사형 집행을 앞둔 동료들에게서 받아 보관해 온 옥중 절필 사본이 처음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저자는 책에서 교수형 또는 총살형으로 이국 땅 옥중에서 짧은 생애를 마감한 사형수들이 모두가 억울한 심경을 토로하면서 ‘조금만 이 세상에 더 살고 싶다”고 호소했다고 적고 있다.

저자는 기록들과 생존자들의 증언을 볼 때 연합국 전범 재판이라는 것이 보복성이 강한 ‘감정재판’이었다고 지적한다. 고발장도, 고소장도, 증거도, 변호인도 무시된 형식만의 재판에서부터 피해자의 손가락질 한번으로 기소되는 ‘손가락 재판’의 실태, ‘뺨 한 대에 징역 10년’이란 말로 상징되는 감정재판이었다며 그 실상을 수록했다.










“개화기 조선, 친미 개화파는 수구적 친미파”


박노자. 허동현교수 팽팽한 토론



2년 전 우리 역사 최전선에서 보수와 진보라는 틀을 통쾌하게 깨트리고, 열린 대화와 토론의 장을 보여주었던 박노자·허동현교수가 이 책을 통해 다시 만났다.

이번엔 100년 전 조선을 둘러싸고 패권 경쟁을 벌인 열강의 문제를 검토하면서 개화기 조선의 지식인들이 열강을 어떻게 인식했느냐에 초점을 맞춰 명철하고 다각적인 분석과 과거와 오늘을 꿰뚫는 통찰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전작에서 유쾌하고 진지한 역사논쟁에 많은 독자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였으나 한편 솜방망이 주먹을 날리는 양 점잖다는 일각의 비판도 인식한 탓 인지 두 교수의 주고받는 품새가 한층 날카롭고 깊어졌다.

특히 박 교수는 이상적 척도를, 허 교수는 현실 적 잣대를 쓰는 데서 두 사람 사이에 견해 차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박 교수는 과거 친미 개화파가 남긴 역사적 오점을 거론하면서 오늘날 이라크 전쟁을 옹호하고 한국의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내몰려 하는 것은 수구적 친미파라며 거침없이 비판한다. 이에 대해 허 교수는 미국의 장점을 도입하려 한 당시 친미 개화파의 선택은 탁견이었다고 반박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침략자의 민족주의는 가해자의 칼날로 기능했지만 피해자의 민족주의는 자신을 지킬 최후의 방어수단이었다는 점에서 이 둘을 동일선상에 놓고 재판할 수 없다는 반론을 든다.

그러나 두 사람의 주장은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다가도 오늘날이 열강 쟁패의 시대라는 점과 그 열강들에 에워싸인 한반도의 미래를 걱정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점에서는 한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이 책의 특기할 만한 점은 각 장 말미에 독자를 대신해서 두 교수에게 한 걸음 더 나아간 질문을 던졌다는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 도안신도시 변화
  2. 1기 신도시 첫 선도지구 공개 임박…지방은 기대 반 우려 반
  3.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4.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연내 착공 눈앞.. 행정절차 마무리
  5. 대덕구보건소 라미경 팀장 행안부 민원봉사대상 수상
  1. 유성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장관상 수상 쾌거
  2. 대전소방본부 나누리동호회 사랑나눔 '훈훈'
  3. 대전 중구, 민관 합동 아동학대예방 거리캠페인
  4. 크리스마스 케이크 대목 잡아라... 업계 케이크 예약판매 돌입
  5. [한성일이 만난 사람]정상신 대전성모여고 총동문회장

헤드라인 뉴스


‘대전 보훈문화 선도도시로’ 호국보훈파크 조성 본격화

‘대전 보훈문화 선도도시로’ 호국보훈파크 조성 본격화

대전시와 국가보훈부가 업무협약을 통해 호국보훈파크 조성에 본격 나선다. 양 기관은 26일 정부세종청사 보훈터에서 보훈복합문화관 조성과 보훈문화 확산이라는 공동의 비전 실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이번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이 참석할 예정이다. 주요 협약 내용으로 대전시는 보훈복합문화관 부지 조성, 지방비 확보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국가보훈부는 보훈복합문화관 조성 국비와 보훈문화 콘텐츠 등을 지원해 보훈의 가치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공간 마련에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특히 이번 협약..

겨울철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 폭증… 제품 하자와 교환 등
겨울철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 폭증… 제품 하자와 교환 등

쌀쌀한 날씨가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소비자 상담을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10월 상담은 5만 29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9월 4만 4272건보다 13.6% 늘어난 수치다. 이중 소비자 상담이 가장 많이 늘어난 건 전기매트류로, 9월 22건에서 10월 202건으로 무려 818.2%나 급증했다. 올해 겨울이 극심한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자 미리 겨울 준비에 나선 소비자들이 전기매트류를..

충남도공무원노조 "공부하는 도의회, 달라졌다" 이례적 극찬
충남도공무원노조 "공부하는 도의회, 달라졌다" 이례적 극찬

충남도공무원노조가 충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를 두고 이례적 극찾을 하고 나서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충남공무원노동조합은 25일 '진짜 확 달라진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논평을 내고 2024년 행감 중간평가를 했다. 노조는 논평을 통해 "충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가 확실히 달라졌다"고 평가하며, "도민 대의기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며 과거 과도한 자료 요구와 감사 목적 이외 불필요한 자료 요구, 고성과 폭언을 동반한 고압적인 자세 등 구태와 관행을 벗어나려 노력했다는 점을 높이 샀다. 충남노조는 "사실 제12대 도의회는 초선 의원이 많..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 ‘백일해 예방접종 하세요’ ‘백일해 예방접종 하세요’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