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IT강국이라고 한국 사람들은 생각한다. 외국 사람들도 그렇게 인식하는가 알아보면, 일단 외국 사람들은 한국이란 조그만 나라를 그들과 잘 비교하지도 않고 이 조그만 나라를 제대로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그러나, 외국에서 살아본 한국인이면 한국의 인터넷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을 당장 알게 된다. 인터넷 하드웨어 인프라와 내용, 서비스, 이용도에서 분명히 세계 정상급 수준이고, 이것은 빠른 것 새 것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성격에 꼭 맞는다.
최근에 황우석 교수를 통해 한국은 생명공학(BT)에 많은 기대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생명공학은 인프라, 자금, 인력이 많이 필요한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대형산업이다. IT처럼 빠르게 진행되지도 않는다. 그런데, BT를 IT와 잘 접목시키면 BT를 IT와 같은 자동화, 효율화 체제로 몰고 갈 수 있다. 이것을 BIT라고 하고, 그것의 학문적 이름이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이다.
생물정보학은 생물체의 유전정보 등 방대하고 다양한 생명 정보를 컴퓨터를 사용하여 정리, 분석, 해석하는 분야로 생명공학 연구를 위한 필수적 분야이다. 앞으로 5년 안에 개인별 유전체 정보를 각자 관리할 수 있는 ‘개인유전체 시대’가 올 것이며, 생명공학 지식이 컴퓨터처럼 대중화되는 바이오혁명시대가 올 것이 예측되기 때문에 생물정보학의 중요성은 더해 가고 있다.
생물정보학을 통하여 전산화, 자동화된 생명 정보의 ‘인프라’를 활용하면 많은 생물자원을 쓰지 않고도 효율적인 연구를 할 수 있다. 이러한 ‘인프라’를 생명공학 연구자들에게 어떻게 제공해야 할 것인가? 이것의 가장 바른 답은 모든 연구자들이 자발적으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일종의 자동화된 연구개발 인프라를 국가가 제공하는 것이다. 마치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이용하면 필요한 정보를 언제든지 얻을 수 있는 것과 같다. 생명정보 인프라는 전문성이 고도화되어 아이디어에서 실험, 결과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거대한 파이프라인을 통해 흐르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전문화된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유통 및 처리가 앞으로의 BIT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이를 위해 유럽은 유럽생물정보학연구소라는 기관을 통해 초국가적인 생명정보처리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고, 미국은 이보다 앞서 국가생명정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1년 국가유전체정보센터를 설립하여 BIT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생명관련 자원과 정보는 석유나 광물자원보다도 훨씬 큰 부가가치를 가진 미래의 국가자원이다. 이것을 확보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자원·정보 전쟁이 전 세계에서 일어 나고 있다. 대한민국은 국내 자원 뿐만 아니라, 국외 생명관련 자원의 확보가 필요하며, 과학기술부에서는 이것을 통합 관리하는 프로젝트를 시행해 오고 있다. 생물자원경쟁에서 대한민국이 이기는 가장 빠른 길은 거대한, 자동화된 생명 정보인프라를 돌려서 모든 기관에 자원과 정보를 빠르게 보급하는 체제를 갖는 것이다. 이것이 완성되면, 한국은 IT뿐만 아니라, BIT에서도 강국이 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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