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에세이] 도청정국 유감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시사에세이] 도청정국 유감

  • 승인 2005-08-09 00:00
  • 박광기 대전대 교수·정치학박광기 대전대 교수·정치학
인간의 아주 오래되고 못된 심성 중의 하나로 남의 행동을 몰래 지켜보고 또 무슨 말을 하는 가를 몰래 듣는 소위 관음증이란 것이 있다. 우리 속담에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인간이 가진 이 관음증의 증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것 같다. 과학 기술이 발전하지 않고 소위 커뮤니케이션의 방법과 기술이 다양하지 않았던 시대에도 이런 속담이 있었으니, 지금과 같이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한, 그야말로 세계 최고의 IT기술을 지닌 우리 현실에서 어쩌면 이런 속담은 무색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세상을 살다보면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할 때도 있고, 또 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비단 그것이 인간의 도리와 경우, 그리고 명분 때문에 하지 못하고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혹시 누가 엿듣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이 말이 퍼지게 되면 그로부터 오는 피해가 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조심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요즘 나날이 언론을 통해 전해오는 과거 국가정보기관으로부터의 도청 사실이 밝혀지면서 내심 마음을 졸이는 사람들이 많다. 도청을 하고 또 도청을 당한 당사자 모두가 이번 도청 사실이 밝혀지게 되면 이런 저런 연유로 인해서 아마도 큰 책임과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슨 연유에서 불법적인 도청을 해야만 했는지는 아마 대부분의 국민들이 수사기관의 수사결과를 기다려 보지 않더라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며, 또한 도청한 내용이 무엇이었는지도 이미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그 실태가 거짓 없이 밝혀져서 이런 불법적인 행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관련자들에 대한 책임을 묻고 또한 제도적으로 보장되기를 원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도청으로 인하여 가장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곳은 바로 정치권이 아닌가 싶다. 도청을 하게 된 원인도 그렇고 또 그것으로 인하여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곳이 정치권이기 때문이다.

만약 도청을 한 당사자가 밝혀져서 도청의 원인에 대한 책임을 파헤치게 될 경우도 그렇고 또 도청한 내용이 밝혀지게 된다면 일파만파의 폭풍이 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항간에서 나도는 소문은 바로 이번 도청으로 인하여 정치권의 정계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불행한 사태다. 그 동안 정치권이 국민의 대표로서 국민을 위하여 일한다고 하면서도 뒤로는 수많은 불법적인 행위와 암투 그리고 검은 거래(?)를 해 왔다는 것을 이번 도청 사건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정치를 한다는 것이 이다지도 부정적이고 불법적인 행위를 해야만 가능한 것인지 도무지 일반 국민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늘 말로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한 구호는 말 그대로 구호에만 그치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가 만들어 진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에 내던져진 국민은 과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가를 생각하면 답답하기만 하다. 가정과 직장, 그리고 음식점, 극장, 은행 등 사회생활을 하면서 반드시 가야하고 또 다른 사람을 만나야 하는 일반 국민으로서는 앞으로 어디를 가든지 도청의 공포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어디에서나 나의 행동과 말을 누군가가 보고 듣고 있다고 생각해야 하는 공포 속에서 과연 국민의 권리와 사생활은 보호받을 가치도 없고 보호 받을 수도 없다는 것인지 이번 도청 사건을 보면서 다시 생각해 본다.

특정인을 위한 그리고 특정의 목적을 위한 불법적인 감시와 도청이 보편화되어 일반 국민의 생활을 침해한다고 하면 그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국가의 안위와 관련되어 불가피하게 감시와 도청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엄격한 기준과 절차를 거쳐서 행해져야 할 것이며, 그것으로 인하여 나타날 수 있는 피해는 분명하게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헤드라인 뉴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교원들의 골머리를 썩이던 생존 수영 관련 업무가 내년부터 대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로 완전 이관된다. 추가로 교과서 배부, 교내 특별실 재배치 등의 업무도 이관돼 교원들이 학기초에 겪는 업무 부담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동·서부교육청 학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기존 지원항목 중 5개 항목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맡던 업무 4개를 추가로 지원한다. 먼저 센터 지원항목 중 교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생존 수영 관련 업무는 내년부터 교사들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현재 센터에..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