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초대석] 디자인과 자유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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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초대석] 디자인과 자유민주주의

  • 승인 2005-08-08 00:00
  • 최영근 한남대 미술대학 교수최영근 한남대 미술대학 교수
우리는 디자인시대에 살고 있다.
현실생활에서 인류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미와 기능으로 통합하는 것이 디자인이다. 디자인은 우리가 매일 보고, 듣고, 말하고, 느끼는 모든 것을 터치한다. 인체의 기능을 극대화 하고,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는 모든 물건을 터치한다.

한 국가·사회의 디자인의 수준은 그 국가·사회의 민주주의의 척도이다. 디자인이 발전한 나라는 선진국이며 문화대국이다.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시장경제, 자본주의 체제를 갖춘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다.

자신의 능력이 허락한다면 신분이나 지위에 관계없이 누구나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수백만 명의 다른 사람과 똑같은 디자인의 옷, 자동차, 핸드폰을 가질 수 있으며,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고, 이사할 수 있으며, 대통령과 같은 시간에 똑같은 드라마를 보며, 수백만 명의 다른 사람이 먹는 것과 똑같은 아이스크림을 즐길 수 있고, 같은 생각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대량전달, 대량소비, 수평적인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 디자인이다.

디자인은 개인의 인권과 개성, 창의성이 존중되는 사회, 자유민주국가에서 발전한다. 통제되고 자유스럽지 못한 사회, 과거 공산국가 소련이 멸망한 것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공산국가, 전제주의 국가에서는 디자인이 발전될 수 없고 쇠락의 길로 가는 것이 역사이고 현실이다.

디자인의 탄생, 가치, 역할은 필연적인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 디자인이라는 용어는 원래 ‘지시하다’, ‘표현하다’, ‘성취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라틴어 데시그나레(designare)에서 유래되었으며, 디자인적인 행위는 원시사회에서도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발생, 성립된 것은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본다.

산업혁명은 농업중심사회에서 공업사회로 이행되는 것을 뜻하며 수공업체제에서 대량생산의 기계공업 체제로 생산 시스템이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대량 생산은 대량 소비처를 찾게 되고, 누구나 균일한 제품, 물자를 사용하게 되고,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형성시켰다. 이 과정에서 대량생산 전 단계에서, 생산품에 대한 미와 기능은 물론 기후, 풍토, 자재의 공급 등 치밀한 생산계획이 필요하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디자인이란 개념이 탄생된 것이다. 결국 디자인은 산업혁명을 꽃피우고, 자본주의, 시장경제, 인류평등, 자유민주국가의 성립을 유도하는 중심역할을 해온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근대화, 산업화의 불길이 일기 시작한 1960년 대, 수출 증대정책과 더불어 디자인포장센터가 설립되고, 상공미술전람회(현재 산업디자인전)를 시작하는 등 디자인의 가치를 중시한 정책을 시행한 것을 보면, 당시 정권은 그때 벌써 민주주의 발전을 잉태시키고 키워온 것이 아닐까 생각되어, 그 시대를 독재와 압제의 시대로 평하는 논지(論旨)를 볼 때마다 역사의 아이러니를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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