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도 작고 왜소한 체격의 비둘기 ‘발리언트’는 전쟁 영웅의 대명사 ‘메신저 특공대’가 되는 게 꿈이다. 주변의 비웃음과 걱정을 무릅쓰고 가까스로 입대 시험에 통과한 발리언트는 혹독한 지옥 훈련을 거친다. 어느 날 발리언트에게 극비 문서를 연합군에게 전달해야 하는 초특급 미션이 떨어진다.
‘발리언트’는 ‘슈렉’의 제작자 존 윌리엄스와 디즈니가 영국과 손잡고 만들어낸 영국 최초의 3D 애니메이션이라는 점과 여타의 애니메이션들과 달리 역사적 실화를 다뤘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어왔다.
원래 비둘기는 1분에 1km씩 밖에 날지 못한다. 극중 비둘기 특공대가 거센 바람과 무서운 독수리의 공격에서 무사히 빠져나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사과 역기를 들어 올리고 선풍기 바람 앞에서 죽도록 날갯짓하는 등 혹독하게 체력을 단련시키는 장면은 귀엽게 발랄하다.
이완 맥그리거와 짐 브로드벤트 등 배우들의 다소 점잖은 목소리 더빙 역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에 비해 색다른 맛을 안겨준다.
하지만 막상 ‘발리언트’가 새로운 감수성이라든가 놀라운 테크닉을 선보이는 건 아니다.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특별히 흠잡을 데 없는 화면, 무난하고 익숙한 캐릭터와 스토리 전개로 일관하며 다소 심심하다는 느낌을 주는 쪽이다.
오히려 내용 외적인 면에서 흥미로운 부분이 발견된다. 주인공 발리언트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성공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용감무쌍한 전쟁 영웅이 되고 중요한 미션을 수행했던 동물들에게 1943년 수여됐던 무공훈장까지 목에 건다.
2차대전의 승리를 필두로 현재까지 이어지며 형성된 EU, 곧 유럽 대연합의 자긍심이 60년 전 작은 비둘기들의 활약에서도 엿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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