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칭이 중요한 것은 거기에 내포되는 상징성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인천국제공항이라는 명칭은 공항의 큰 규모나 첨단시설에 비해 그 명칭이 너무 무미건조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제공항이고 수도 서울의 관문이 되는 공항인데 그 명칭에서부터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아쉬움이 크다.
어느 나라든 그 나라의 대표적인 공항은 고도의 상징성을 갖고 있어 그 명칭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많은 국가에서 기존의 옛 공항을 확장하거나 증축하여 재개장을 할 때는 공항의 명칭까지도 새롭게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뉴욕의 관문인 JFK공항은 존 F. 케네디 전대통령의 이름을 딴 것으로 케네디 대통령의 젊음과 역동적인 활동성 등의 이미지를 그대로 심어주고 있다. 역시 뉴욕에 있으면서 주로 국내선 공항으로 사용되는 라과디아공항은 뉴욕시의 명 시장의 이름이다.
10여년전 미국 워싱턴D.C.의 도심 공항인 내셔널공항의 개축공사를 마치고 명칭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부터 수십명의 이름이 거론되었지만 결국 로날드 레이건 국제공항으로 결론을 지었다. 근래 미국민에게 가장 인기있던 대통령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이는 경쟁관계에 있는 버지니아주의 덜레스공항을 의식한 것이기도
했다. 덜레스는 한국전쟁후 아이젠하워 행정부에서 냉전시대를 이끌어온 명 국무장관의 이름이다.
이들 공항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해당 도시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어 공항이 위치한 행정구역은 다르지만 그 지역 행정구역의 명칭이 공항의 명칭으로 쓰인 경우는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인천시민들은 반발하겠지만 한 국가, 혹은 수도의 대표적 공항 명칭은 단순한 지역 명칭보다는 보다 상징성이 있는 명칭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박정희 전대통령의 이름이나 이승만 전대통령의 이름을 딴 박정희국제공항, 이승만국제공항 등의 명칭은 어떨까? 근대적 인물이 국민적 합의에 부담이 된다면 킹세종국제공항, 이순신국제공항도 좋다.
마침 오는 9월 개관 예정인 광주 상무 신도심에 위치한 대규모 전시 컨벤션 시설의 명칭이 ‘김대중컨벤션센터’로 확정되었다는 소식은 이러한 명칭 재고에 새로운 희망을 갖게 한다. 원래 명칭은 ‘광주전시컨벤션센터‘(GEXCO)로 되어있었으나 광주시가 국제적인 인지도와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전남 출신이면서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세계적 인물이 된 김대중 전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명칭을 바꾸게 되었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나라를 세계적으로 내세울만한 국가의 대표적 기간시설이 많이 계획되어 있다. 이제부터라도 그 명칭 부여에 보다 신중한 거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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