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성 문화체육부장 |
그런데 골프 역시 이와 흡사하다. 골프도 인생의 마라톤과 흡사해 18홀로 이어지면서 줄곧 자신과 싸움의 연속이다. 몸의 균형이라든지 손과 팔의 각도 등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져야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그 어떤 운동보다 세밀한 운동이 골프다.
게다가 골프장의 지형과 경기 당일의 날씨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심지어 바람의 흐름과 세기조차 파악해야 하는 등 과학적 분석력까지 요구되는 운동인 것이다.
골프 공이 연못이나 러프에 빠졌다고 해서 클럽을 내던지고 골프장을 빠져나올 수도 없는 일이다. 짝사랑하는 여인에게 데이트 신청을 거절 당했다고 해서 그 여인을 아예 포기할 수 없는 인생드라마처럼 말이다.
여러 해 전 박세리 선수가 골프 공이 연못에 빠지자 양말을 벗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은 지금도 그녀의 강인한 근성을 대변해주는 명 장면 중의 하나다.
세계적 골퍼인 아놀드 파머 역시 ‘골프에서의 승리는 체력보다 정신력과 강인한 인격에 있다’고 했다.
1m52cm 키의 장정 선수가 브리티시여자 오픈에서 영광의 우승컵을 안은 것은 바로 어려움을 극복해낼 수 있는 강인함의 산물이었던 것이다. ‘슈퍼 땅콩’ 김미현의 157cm보다 5cm가 작은 키 때문에 ‘슈퍼 울트라 땅콩’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의 장정 선수가 작은 키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생각만해도 신기할 정도다.
신체적 한계를 극복한 장정 선수의 인내가 결국 1만6000여 곳의 골프장과 2500만 명의 골퍼들이 버티고 있는 미국이란 험난한 준령을 6년 만에 넘어선 것이다.
분명 장정 선수의 승리는 모든 이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줬다.
장정 선수의 아버지 장석중 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흔히들 덩치가 커야 골프를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단순한 편견”이라며 “어떤 환경에서도 노력 여하에 따라 정상의 자리에 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장정 선수와 그 가족들을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작은 키’가 아니라 ‘작은 키로는 불가능하다’라는 편견이었다는 것. 때문에 장정 선수의 피나는 노력은 곧 ‘덩치가 커야 미래지향적’이라고 생각하는 주위의 편견을 깨는 일이었다고 한다.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가능성은 누구든지, 어떤 환경이든지 항상 동일하게 열려있는 셈이다.
그러나 결실은 편견을 깨고 정상을 향해 끊임없이 질주해가는 인내심과 정신력의 소유자만이 차지할 수 있는 것이다.
유난히 무덥고 힘겨운 이 여름, 장정 선수를 떠올리며 다시 한번 인생의 마라톤에 인내와 무한한 가능성을 담아보는 것은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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