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 많은 사람들이 공포영화에 매료된다. 이는 공포에 직면하면 뇌와 근육 등 육체적 긴장감이 체온을 떨어뜨려 오싹한 한기를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공포영화는 다양한 시대상을 반영한다. 등장하는 공포의 대상 역시 시대마다 상당한 차이가 있다. 6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름철마다 수많은 사람들을 오싹한 공포로 몰아넣었던 영화들을 만나보자.
60-80년대
국내에서는 김영환 감독의 ‘목없는 살인마’, 김인수 감독의 ‘월녀의 한’, 이형표 감독의 ‘관속의 드라큐라’ 등이 대표작이다.
한 많은 며느리가 귀신으로 나타나 가족에게 한풀이하는 내용의 ‘목없는 살인마’, 사랑하는 남자로부터 버림받은 여인이 악령으로 나타나 벌이는 참혹한 복수극의 ‘월녀의 한’, 드라큘라 악령에 정복된 부인을 구하려는 남편의 처절한 싸움을 그린 ‘관속의 드라큐라’는 당시 대표적인 흥행작이다.
이외에도 ‘월하의 공동묘지’, ‘여곡성’, ‘이조여한’, ‘천년호’ 등 다양한 작품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국외에서는 존 카펜더 감독의 ‘할로윈’,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엑소시스트’, 손 커닝햄 감독의 ‘13일의 금요일’ 등이 흥행했다.
90년대
90년대에는 공포영화가 쏟아졌다. 국내에서는 공포영화의 대표작 박기형 감독의 ‘여고괴담’ ‘퇴마록’, ‘위령제’ 등 쟁쟁한 작품들이 선보였다.
학교를 무대로 9년 전 죽은 학생이 귀신으로 떠돌며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을 다룬 ‘여고괴담’, 인간세계를 잠식하려는 악령을 물리치는 퇴마사들의 활약을 담은 ‘퇴마록’, 영혼을 볼 수 있는 여자가 원귀들의 복수극을 막기 위해 싸운다는 내용의 ‘위령제’ 등은 공포와 함께 스릴러를 표방한 작품들이다.
웨스 크레이븐 감독의 ‘스크림’은 기존 호러영화의 법칙들을 부정하고 실질적인 살인마 고스트 페이스를 탄생시켜 청소년 호러 영화 제작에 불을 붙인 장본인이다. 조나단 드미 감독의 ‘양들의 침묵’ 또한 앤소니 홉킨스의 고요한 광기와 조디 포스터의 연기 대결이 눈부신 심리 서스펜스 수사물의 최고 걸작이다. 이외에도 ‘링’, ‘슬리피 할로우’,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등 다양한 작품들이 여름극장가를 장악했다.
2000년대
한국 공포영화가 여름 극장가를 장악한 시기다. 해외 작품들에 뒤떨어지지 않는 작품들이 대거 선보여 한국 공포영화계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안병기 감독의 ‘가위’는 스플래터 무비다. 그만큼 피가 흥건하게 고이는 영화다. 관객들이 영화 속의 주인공과 자신을 일치시키면서 공포와 쾌감을 체감하게하는 이른바 ‘호러게임 무비’를 표방하고 있다.
김기훈 감독의 ‘찍히면 죽는다’는 소재가 상당히 반사회적이고 김지운 감독의 ‘장화홍련전’은 장화와 홍련 두 자매와 계모 사이의 갈등을 1980년대로 옮긴 심리공포물로 공포영화에서도 악명이 높다.
올 여름 역시 여름 극장가에 서늘함이 감돌고 있다.
나카다 히데오 감독의 ‘링2’, 링의 공포로부터 벗어난 줄만 알았던 레이첼. 하지만 끔찍한 영혼의 저주는 계속되는 죽음을 부르고 숨막히는 공포는 아들 에이단을 향해 뻗쳐온다. 벗어날 수 없는 저주의 실체는 서서히 베일을 벗기 시작한다.
원신연 감독의 ‘가발’은 누군가의 기억이 담긴 가발이 탐스러운 머리를 원하는 '수현'의 손에 들어온 후부터 두 자매에게 일어나는 서늘하고 오싹한 공포를 그렸다.
김용균 감독의 ‘분홍신’은 분홍신이 죽음을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된 주인공은 버리려고 하지만 매번 다시 그녀에게로 되돌아온다. 이제 그녀의 딸 앞에 다가온 죽음의 위협. 저주의 실체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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