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단상] 잊을 수 없는 교장 선생님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교육단상] 잊을 수 없는 교장 선생님

  • 승인 2005-08-03 00:00
  • 김은덕공주 우성초 교사김은덕공주 우성초 교사
나는 올해로 교직생활 24년째를 맞았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학교까지 모두 일곱 학교에서
근무한 셈이 된다. 모두 11분의 교장 선생님, 12분의 교감 선생님과 근무를 하게 되었다. 스
무 분이 넘다보니 한 분 한 분마다 성품이 다르고 학교를 관리하는 스타일도 달랐다. 야단
을 잘 치시고 말씀을 험하게 하시지만, 험한 말씀 가운데서 직원들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묻어나는 분들도 계셨고, 지적이긴 하지만 약간 냉정한 분, 합리적이어서 건설적인 제안을
존중하는 분, 지적이면서도 인간미가 풍부한 분들도 계셨다. 욕심이 조금 과한 분들도 계셨
고, 큰 욕심 없이 학교를 경영하시는 분들과도 같이 근무했다.

사람이기 때문에 어떤 분들은 단점을 조금 심하게 드러낸 적도 없지는 않았지만, 내가 참
인복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복보다 더 큰복은 없다고들 말한다.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성격이 특이한 관리자들과 가족보다 하루 중 더 오랜 시간을 같이 보냈
다면 얼마나 괴로웠을 것인가. 나처럼 참을성이 없는 사람으로선 감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고마운 분 때문에 남몰래 눈물을 훔친 적도 있었다. 1992년 있었던 일이다. 나는 그 때 공주
시내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아침마다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울며불며
떼를 쓰는 우리 큰애에게 죄를 짓는 것만 같아서 병설유치원에 넣고 데리고 다니게 되었다.
그 해 여름, 아이가 장염에 걸렸다. 아이를 집에 홀로 둘 수가 없어서 학교 양호실에 눕혀놓
았다. 아무것도 먹지 않은 아이가 걱정이 되어서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양호실로 갔다. 살며
시 양호실 문을 여는 순간 교장선생님께서 양호실 침대에 걸터앉아 우리 아이를 앉혀놓고
꼬모를 떠 먹이고 계시는 모습이 보였다. 말씀이 적고 감정표현을 잘 하시지 않는 교장 선
생님께서 부하직원의 어린 딸자식을 달래가며 꼬모를 떠 먹이고 있는 모습을 보는 순간 나
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그 해에 공주시 학력경시대회가 처음 열렸는데, 내가 지도한 아이가 수학과에서 금상을 타
게 되었다. 명색이 학력경시 지도를 하느라 다른 선생님들이 퇴근할 때 같이 퇴근할 수가
없어서 언제나 나의 퇴근 시간은 6시 30분이었다. 그래도 힘든 줄 모르고, 짜증이 나지 않았
던 것은 너무나 인간적이었던 교장 선생님 때문이었다.

현재로선 거의 실현될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사람의 일이란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다
고들 하니 미리 김칫국부터 마셔본다. 만일 상전이 벽해가 되어 나처럼 어리석고 부족한 사
람도 관리자가 될 수 있는 세상이 온다면 나는 무엇보다도 마음이 따뜻한 관리자가 되기 위
해 노력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헤드라인 뉴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교원들의 골머리를 썩이던 생존 수영 관련 업무가 내년부터 대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로 완전 이관된다. 추가로 교과서 배부, 교내 특별실 재배치 등의 업무도 이관돼 교원들이 학기초에 겪는 업무 부담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동·서부교육청 학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기존 지원항목 중 5개 항목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맡던 업무 4개를 추가로 지원한다. 먼저 센터 지원항목 중 교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생존 수영 관련 업무는 내년부터 교사들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현재 센터에..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