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칼럼] 삼순이와 X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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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삼순이와 X파일

  • 승인 2005-08-03 00:00
  • 김수현  지방분권운동대전본부 사무국장김수현 지방분권운동대전본부 사무국장
삼순이와 X파일로 온나라가 들썩거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을 흥분시킨 공통점이 있지
만, 하나는 국민들을 열광하게 한 반면 다른 하나는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보통 TV 속 여자 주인공은 대부분 예쁘고 가녀린 공주님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
했다. 현실의 처절하고 치열하고 눈물겨운 생존의 몸부림은 피상적인 이미지를 가공하기 위
한 약간의 소재에 불과했다. 삼순이 또한 재벌2세와 우연히 만나 계약연애를 하고 결국은
해피엔딩에 이르게 되는 드라마의 관습적인 설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삼순이에 대한 갈채는 여자 주인공은 예쁘고 가녀려야 된다는 정형화된 이미지를 벗
어던진 솔직담백함과 평범함에 있다. 고교졸업학력에 편모슬하에 뚱녀인 삼순이는 현실세계
와 동떨어진 공주님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솔직하고 유쾌하고 씩씩하고 엽기에 가까울
정도로 용감하다. 이웃집 누이처럼 친근하고 편안하다. 술에 취해 널브러지며 주정을 부리는
가 하면 눈물과 마스카라가 뒤범벅이 돼 망가지는 삼순이의 모습에서 묘한 동질감을 느낀
다. 그래, 삶은 고단하고 복잡한 것이지만 엉엉 울어버리고 다시 씩씩하게 일어나는거야, 다
시 삶의 현장으로 뚜벅뚜벅 걸어나가는 거야! 그렇게 삼순이를 통해 드라마라는 허구의 세
계에서 진실과 희망이라는 삶의 언어를 읽으며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란 명제는 헌법학 차원에선 맞을 수도 있겠으나,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현실세계에선 남의 말처럼 느껴진다. 무슨 게이트가 이렇게 많이 터지고, 무
슨 X파일이 이리도 많단 말인가? 자신들이 무슨 소설이나 영화 속 주인공도 아니고 ‘그들
만의 잔치’에 국민들을 얼마나 더 분노하게 할 것이며, 얼마나 더 좌절하게 만들 것인가?

1997년 15대 대통령 선거 당시 모 언론사 사주가 모 그룹의 간부와 결탁하여 모 대통령 후
보 만들기에 나섰다는 X파일 공개로 온나라가 난리법석이다. 불법도청 행위는 분명 비열하
고 추악하지만, 대화내용은 교양인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진실(?)된 모습을 읽기에 충분하고
도 남은 공작과 위선으로 가득차 있다. 대선 후보들을 한사람씩 꼽아가며 지원할 돈의 규모
와 방법을 상의하고, 나라의 기간산업인 자동차 회사를 인수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
으로 알려졌다.

대선자금을 심부름한 것으로 알려진 언론사주는 탈세사건으로 잠깐 구속되었다가 나오더니
참여정부에서 대미외교의 선봉장으로 최일선에 서있다. 북핵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앞둔 중
요한 시점에서 UN 사무총장이 목표라는 신중하지 못한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그였다.
UN 사무총장 다음에는 대한민국호의 선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설이 호사가들의 입에 오
르내리고 있는 그였다. 그는 우아한 ‘교양영화의 주인공’인 듯 싶었으나, 실제는 ‘코미디
영화의 주인공’이었고, 결과적으론 그들만의 비루한 세계를 적나라하게 사실적으로 보도한
‘현장고발 다큐멘터리 주인공’이었다.

청부(淸富)사상이나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 oblige)는 재화와 지도력의 핵심은 도덕성과
책임감에 있음을 강조하는 말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지도층은 불법도청 X파일 사건이 대변
하듯, 온갖 공작과 위선이 난무한 추악한 세계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왜 우리가 삼순이에
게 열광하고 감동하는지를 그들은 왜 모를까? 그것이 드라마이든, 현실세계이든 삶의 정수
는 소박하고 평범한 것이며 솔직해야 된다는 것이다. 우아한 교양인인 것처럼 살아가기 위
해 아무리 몸부림친들, 비록 촌스럽고 어리숙하지만 삶의 언어로 진실의 노래를 부르는 삼
순이만할 수야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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