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규 정치부장 |
지난해 7월 주민투표법이 시행된 이후 27일 제주도에서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제주도를 하나의 광역자치단체로 재편하기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결과는 제주도가 내놓은 혁신적 대안이 57.03%의 지지율로 채택됐다. 현행유지안의 지지율은 42.97%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제주시와 북제주군, 서귀포시와 남제주군을 통폐합해 기존 4개 시·군을 2개시로 행정계층구조를 개편하는 한편 시·군의 자치권한을 폐지하게 된다. 또한 통폐합 시장은 도지사가 임명한다.
이쯤해서 우리가 제주도에서 첫 실시된 행정계층구조 개편을 위한 주민투표에 높은 관심을 갖는 이유는 정부와 정치권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전국적인 행정구조 재편이기 때문이다.
주민투표 결과에서처럼 이번 행정계층구조 개편은 이른바 제주발 행정구조개편의 신호탄으로 보이기에 충분하다. 당연히 정치권에서 이번 투표 결과에 따른 행정계층구조 개편에 대해 높은 관심을 숨기지 않고 있는 모양이다.
아직 초보적 논의단계에 지나지 않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오는 2010년을 목표로 현재 전국 16개 광역단체와 234개 기초단체를 인구 30만∼100만명 규모의 광역단체 50∼70개로 재편하는 방향으로 행정구조를 재편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더 나아간다면 열린우리당측은 광역시·도를 없애고 전국에 1개 특별시와 60개 정도의 광역시를 두는 것을 골자로 한 지방행정체계 개편안을 준비하고 있고, 한나라당도 이에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28일 노무현 대통령은 ‘당원 동지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정치구조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지역구도 해소를 위한 선거제도 개편을 조건으로 한나라당 주도의 ‘대연정’을 제안, 이번 제주발 행정구조 개편 신호탄과 함께 엄청난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가히 정치구조와 행정구조의 개편이 한데 어울어진다면 여야 정치권은 그야말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빅딜’도 가능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있고 보면 정치권 일각의 극심한 회오리는 어찌보면 당연한 예고일지도 모를 일이다.
더더욱 행정구조 개편은 비단 제주의 일도 아니고 보면 비상한 관심을 끌 수 밖에 없다. 다름아닌 인근 지역인 충북 청주시와 청원군도 통합절차를 밟고 있고, 나아가 대전과 충남도 경우에 따라 행정구역 재편을 위한 주민투표 발의를 배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싫든 좋든 동일권역으로 묶여있는 일부 지자체는 행정의 효율성을 들어 이보다 앞서 한 번쯤 생각해 봤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행정구조 재편은 어찌보면 시대적 사명일 수 도 있다는 생각이다. 지금의 행정체계는 일제의 강점기속에 틀이 잡혀 기능의 중복으로 효율성 측면뿐만 아니라 예산낭비도 크다는 지적을 수 없이 받아왔다.
더욱이 지방분권의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면서 지금껏 관리와 통제 위주의 행정구조는 하루속히 개편돼야 한다는 확산분위기 추세를 고려하면 대놓고 행정구조 재편 논의를 본격화 할 필요가 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기초지방자치단체를 통폐합하는 작업을 6년간 벌여오다 지난 3월 마무리 지었다고 한다. 이는 비효율적인 다층 구조의 행정체계가 지니는 한계를 인정했음이다.
그러나 기초자치제 폐지에 따른 주민 참정권 침해 논란 등은 슬기롭게 해소돼야할 가장 큰 문제점중 하나임을 명심하고, 행정구조 재편을 위한 정치권의 논의에서 정치적 고려나 이해집단의 이기주는 절대 배제돼야 한다. 오직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행정서비스와 지방분권의 대명제만 생각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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