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정권이 자신들의 의도대로 사회를 지배코자 한 수단의 하나가 도청이라는 것이다. 사회학의 한 학파인 비판이론가들은 이러한 사회를 ‘통제된 사회’, ‘관리된 사회’라고 정의내리기도 했다.
필자는 이번 도청사건을 보면서 문화예술에 대한 정권으로부터의 감시와 통제가 문득 떠올랐다. 이번 구 안기부의 도청사건은 불법성을 띠는 것이었기에 정권으로서도 드러내놓고 그 사회를 통제하지 못하였지만, 과거 문화예술의 통제는 법제화하여 드러내놓고 합법적으로 통제하였다.
‘5·16 군사쿠데타’ 이후 정부는 음반에 대하여 ‘사전심의제’라는 것을 만들었다. 음반을 만들기 전, 노래의 악보와 가사를 사전에 제출하여 심의를 통과한 것만이 음반을 제작할 수 있었다.
문제가 있는 노래는 수정을 요구하거나 아예 음반제작은 물론 공연이 불허되었다. 심의에서 불허된 노래는 특히 가사에서 문제가 되었다. 정부나 사회를 비판적으로 보는 가사는 심의에서 불허되었고, 현 사회를 살기 좋은 풍요로운 사회로 그리는 긍정적인 사고의 가사만이 통과되었다. 그리고 ‘건전가요 삽입의무제’라는 것을 만들어 음반제작시 정부에서 규정한 건전가요를 의무적으로 1곡을 넣을 것을 규정하였다.
이러한 제도는 사회구성원으로 하여금 건전가요 외에는 불건전가요라는 인식을 낳게 하였다. 대중가요는 대부분 퇴폐적이고 상업적인 불건전가요라는 인식을 갖게 만들 것도 이러한 제도 때문이다. 5공 정부 때의 대표적인 건전가요로, 정수라의‘아 대한민국’이 있다.
그 곡의 가사 중에는 “저마다 누려야할 행복이 언제나 자유로운 곳, 원하는 것은 무엇이건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건 될 수가 있어, 이렇게 우린 은혜로운 이 땅을 위해, 이렇게 우린 이 강산을 노래 부르네”라는 가사가 있다. 과연 이 가사처럼 5공 정부시절이 그러했는가!
공연예술에 대한 정부의 감시와 통제는 ‘음반법’, ‘공연법’이라는 합법을 가장하여 교묘하여 이루어져왔던 것이다.
불법도청과 음반 공연의 사전심의제는 그 성격은 다를지라도 최종 목표가 그 사회의 지배세력이 사회를 감시, 통제하기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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