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에세이] 휴가철 맞은 기업과 근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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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에세이] 휴가철 맞은 기업과 근로자들

  • 승인 2005-07-26 00:00
  • 유윤정 (주)테라 대표유윤정 (주)테라 대표
시원하게 내리던 장마가 큰탈없이 끝나고 당분간 비한방울 없는 무더위가 계속 될것이라는 예보는 마치 휴가철에 보내주는 날씨 서비스 같다.

때맞춰 각 학교들도 방학을 하니 1년에 한번 있는 휴가를 그냥 보낼수는 없을것이다.
이 일을 하면서 몇 년간 휴가를 가본적이 없는 나로서는 올해 역시 주변에서의 얘기가 남의 얘기로 들리지만 때가 때이고 보니 가든 안가든 자꾸 눈길이 가는건 어쩔수가 없다.

그다지 바쁜것도, 죽어라 열심히 일만하는것도 아니면서 딱히 휴가를 못떠나는 것은 아직은 해놓은 것도 없이 휴가를 즐길수는 없는 일이고, 모든 것 미뤄두고 떠난다해도 맘 편할리 없기에 해마다 그냥 넘긴다.

더구나 길었던 불황탓에 얼마나 많은 기업이 제대로 휴가분위기를 낼수 있을지는 모를일이나 제조업체들의 특성상 부품업체나 납품업체등이 쉬어버리면 혼자 열심히 일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에 신나지 않더라도 대충 날짜맞춰 같이 쉬게된다. 그렇게 자의반 타의반 휴가를 맞게된 기업과 근로자들은 생뚱맞게도 항공사의 파업으로 그 귀한 휴가의 기분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상해버렸다.

어쩌다 제주도 한번 가려고 벼르고 별렀던 사람들, 육로를 통한 해변가기는 오며가며 고생일거라고 핑계삼아 모처럼 비행기 구경 하려 했던 사람들은 가든 못가든 왠지 억울하고 화난다. 하필 왜 1년에 한번 있는 이때에 맞춰 그러는지, 앞뒤 명분이야 어찌됐든 그 시기선택이 다른 근로자들은 전혀 생각지 않은 배신행위이다. 가끔 이러한 이기적인 노조행위를 본다.

대전은 그다지 큰기업이 없고 대덕의 특성상 연구소 및 기술개발업체가 많은탓에 대규모 노동시위가 벌어지는 일은 없으나 지난 5월쯤 한달여간 벌어진 어느국영업체의 시위는 주변의 근로자들은 전혀 생각지 않는 대표적인 행위였다.

근무하는 것만으로도 부러움을 사는 그곳에서 자신들의 점심시간에 맞춰 사옥마당에서 크게 틀어놓는 한물간 노동가는 매일 들어야하는 주변업체들에게는 열려있던 창문을 모두 닫게하고 짜증으로 점심시간을 맞게하는 것이었다.

그곳의 주변업체들은 대부분이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있거나 협동화단지내의 이제 막 보육실을 벗어난 작은기업들로서 소리를 줄여주는 것은 바라지도 못하고 매일매일 똑같은 지겨운 노래를 바꿔틀어 주기만을 바라며 그봄을 보냈다.

그 전해에도 그맘때쯤 그랬던걸로 보면 아마도 연례행사 같으나 점심시간 맞춰 쉬고 제때 일하기 힘든 작은업체의 근로자들은 아예 염두에 두지 않은 행태이다. 이렇듯 우리주변에서 자신들만을 위해 남을 생각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언젠가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근로자간의 격차심화는 조종사와 일반승무원들간의 사이버상의 싸움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과의 현장투쟁으로 나타났으며 회사담장을 넘어 사회문제가 돼버렸다. 그러한 사태는 노조가 사측에 요구하듯 결국 가진자가 없는자를 생각해야하며 자기들만이 아닌 다같이 사는 방향을 모색해야 비로소 해결될 일이다. 또한,그것이 노동운동의 본질일것이며 스스로의 태생기반이므로 그 원천힘을 외면한다면 누구의 지지도 받지못한다.

이제는 귀족노조도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할 때이다. 이여름 모처럼 휴가철을 맞은 작은사업장의 근로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고 즐겁게 휴가를 보내고 다시 직장으로 복귀해 땀흘리며 일할수 있도록, 조금만 옆으로 양보해준다면 모두가 남은 무더위를 지치지 않고 무사히 보낼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바람에 보태어 헐값이 되어버린 수박한덩이 하나씩 더살수 있도록 이러한 휴가날씨가 계속 되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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