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황우석 교수를 위한 작은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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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황우석 교수를 위한 작은 변명

  • 승인 2005-07-25 00:00
  •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장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장
우리 과학기술계의 스타, 아니 우리나라의 스타 황우석 교수의 대전고등학교 1학년 시절 석차가 400 등이 넘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화제다. 황 교수가 다니던 시절의 대전고는 전국 각지에서 신입생이 몰려들던 지방 명문고였다. 그러다보니, 예를 들어 충남 시골의 한 중학교에서 대전고에 합격한 졸업생이 나오면 마을 입구에 현수막을 내걸고 돼지를 잡아 잔치를 벌였다.

필자는 황 교수의 대전고 4년 후배지만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급우의 절반은 대전 출신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시골 출신이었는데, 나중 경우는 대부분 중학교에서 전교 1등을 놓쳐본 적이 없는 수재들이었다. 시골 출신 급우들은 대부분 대전에서 난생 처음으로 객지 생활을 맞이했다. 고1이라는 어린 나이에 하숙집이나 친척집에서 콩자반을 반찬으로 끼니를 때우며 학교 다니는 일이란 절대 쉽지 않았다.

따라서 평소 대전고에 가서 축구하고 놀던 필자 같은 대전 토박이들이 아무래도 입학 직후 학교생활에 상대적으로 더 빨리 적응했다. 그래서 시골 출신 급우들은 첫 성적표를 받아들고 많이들 좌절감에 빠지게 되었다. 중학교 때 전교 1등을 놓쳐본 적이 없는데 3~400등을 했으니 얼마나 기가 막혔겠는가. 당장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알리는 일부터 고민이었던 것이다.

황우석 교수는 부여 출신이니 틀림없이 이러한 ‘통과의례’를 치렀을 것이고 그래서 400 등이라는 석차도 받아보았던 것이다. 황 교수가 콩자반을 젓가락으로 집는 일을 자주 예로 드는 것도 대전고 시절 주로 먹던 반찬 때문이 아닐까 필자는 추리해본다. 그러니 황 교수의 대전고 1학년 시절 400등을 요즘 400등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시골 출신 급우들은 결국 대전 생활에 적응했고 고3때까지 성적을 쑥쑥 올려 대부분 황 교수처럼 원하는 대학에 가게 되었다.

필자는 똑같은 고통을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하면서 겪게 되었다. 입학 후 몇 달 동안은 하숙집이 싫었고 학교는 삭막하게만 느껴졌다. 이처럼 대학 신입생도 견디기 힘든 충격을 고1때 이겨낸 급우들이 장하게만 느껴졌다.

사진으로만 봤던 서울역 같은 건물들이 눈앞에 실제로 서 있는 것 또한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대전 살 때는 서울역 앞에서 뭐가 어쨌다는 뉴스를 봐도 언제나 먼 나라 얘기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말이 있나보다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짓궂은 대전고 선배가 버스 안에서 큰 소리로 “저게 남대문이야! 사진에서 많이 봤지?” 하며 큰소리로 외쳐 톡톡히 망신을 줬다. 필자도 후배들에게 이를 적지 않게 써먹었음을 고백한다.

이공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뭐래도 소신이다. 고3때 석차를 만회한 후에도 어려서부터 좋아한 ‘소’를 연구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오늘의 황우석 교수가 있는 것이다. 외부자극에 흔들리지 않는 소신을 가지고 피나는 노력을 경주해야만 훌륭한 과학기술자가 될 수 있음을 황 교수는 보여준 것이다. 학교성적이 처음에는 안 좋았지만 열심히 노력하여 오늘의 황 교수가 되었다는 사실이 쉽게 꿈을 포기하는 청소년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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