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아침] 창의성 교육의 매트릭스, 여름방학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월요아침] 창의성 교육의 매트릭스, 여름방학

  • 승인 2005-07-25 00:00
  • 오광록 대전시교육감오광록 대전시교육감
어린 시절 잠을 못 이루던 몇몇 밤이 있었다. 명절과 소풍 전, 그리고 방학식 전날이었다. 요즘 학생들은 예전과 달리 학교 밖 교육활동으로 방학에도 쉴 틈이 없다고 염려의 소리가 높지만, 방학을 맞이하기 위한 등하굣길의 발걸음이 가벼운 걸 보면, 그래도 방학이 즐겁긴 한 모양이다.

공부보다는 놀이를 즐길 수 있는 시간에 대한 은근한 기대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놀이를 공부와 이분법적으로 분리하여 경시하는 풍조가 있다. ‘논다’라는 용어를 일탈적인 놀이문화에 빠져 있는 것과 동일하게 취급한다.

‘청소년은 미래의 주역’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오직 학업에 충실한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묘한 논리를 개입시킨다.

그러나 놀이는 특히 발달시기에 있는 청소년기에 단순히 공부와 분리된 개념으로서가 아니라 학업을 더욱 증진시키고, 성장기의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발달을 촉진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교육학자들은 말한다.
특히 놀이는 인간의 성장을 도우며 인간관계를 확장시켜 주고, 흥미와 집중력을 높여주며 탐구력과 판단력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성인의 역할을 배워가도록 돕기 때문에 최근에는 놀이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다양화·급변화의 21세기 미래사회를 능동적으로 주도할 역군을 양성하기 위해 창의성 교육이 학교교육 최고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청소년 놀이 문화가 받는 대우는 예전과 사뭇 다르다. 놀이를 체험학습이라 부르며, 학습이란 용어가 따라 붙는다.

문제는 그들이 즐기는 놀이 문화의 질(質)이며, 건전한 놀이를 즐기기 위한 바람직한 놀이 마당을 어른들이 제공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연천 총기난사사건이 일어났을 때 리셋증후군 운운하며 컴퓨터 게임에만 몰두한, 편협되고 부조화스런 청소년 놀이문화를 문제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지 않았던가?

조선시대 학동들이 하는 놀이 중에 ‘승경도(陞卿圖) 놀이’라는 것이 있었다. 서당에 다니는 학생들이 하던 실내 오락으로 오각의 박달나무에 벼슬이름을 품계에 따라 적어 넣은 후 던져서 나온 글자에 따라 관등이 올라가거나 내려가며 벼슬놀이를 했었다.

품격과 소양을 갖춘 놀이를 하여 몸에 배게 함으로써, 훗날 관직에 올랐을 때 자리에 걸맞는 격(格)을 갖추도록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 학생들의 놀이에도 품격이 있었으면 한다. 그들이 즐기는 놀이 문화가 먼 훗날 그들의 건강한 삶의 문화와 자연스럽게 접속될 수 있었으면 한다.

비행기는 이륙할 때보다 착륙할 때 바퀴나 기체자체가 심각한 충격에 노출되기 때문에 중량의 무게가 훨씬 크다. 그래서 최대착륙중량을 줄이기 위해서 대기 중에 남은 연료를 공중에 버린다고 한다. 그래야 다음 비행도 안전하고, 비행기의 수명이 훨씬 길어진다.

여름방학은 될 수 있으면 우리 아이들의 머리 속을 가볍게 해주는 매트릭스가 되어야 한다. 머리를 무겁게 하는 잘못된 지식들을 버리고, 그들이 스스로를 발달시킬 수 있는 여백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즐거운 여름방학을 맞아, 폭넓은 인간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놀이,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높여줄 수 있는 놀이, 양보와 협동을 함께 배울 수 있는 놀이를 그들이 마음껏 체험했으면 한다.
그리고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새학기를 맞아 학교로 돌아오길 진심으로 소망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노희준 전 충남도정무보좌관,'이시대 한국을 빛낸 청렴인 대상'
  2. 천안문화재단, 2026년 한 뼘 갤러리 상반기 정기대관 접수
  3. 천안시농업기술센터, 2026년 1~2월 새해농업인실용교육 추진
  4. 천안법원, 토지매매 동의서 확보한 것처럼 기망해 편취한 50대 남성 '징역 3년'
  5. 천안중앙도서관, '1318채움 청소년 놀이터' 운영
  1. [독자칼럼]센트럴 스테이트(Central State), 진수도권(眞首都圈)의 탄생
  2. 대전 아파트 화재로 20·30대 형제 숨져…소방·경찰 합동감식 예정
  3. 은둔고립지원단체 시내와 대전 중구 청년센터 청년모아 업무협약
  4. 백석대학교 물리치료학과, 성장기 아동 척추 건강 선제적 관리 나서
  5. [날씨]28일까지 충남 1~3㎝ 눈 쌓이고 최저기온 -3~1도 안팎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반대 여론` 어쩌나

대전충남 행정통합 '반대 여론' 어쩌나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지역사회에서 주민 동의가 필요하다며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이달 초 이재명 대통령이 내년 지방선거 전 추진 의지를 밝히면서 강한 추진 동력을 얻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내년 3월까지 통합 관련 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의 시작점인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도 24일 만나 통합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속도를 내면서 지역에서 '주민 의견 부족' 등 졸속 추진에 대한 우려..

대전·충남통합 추진 속 민주당 대전시장 후보 경쟁 `3자 구도`로
대전·충남통합 추진 속 민주당 대전시장 후보 경쟁 '3자 구도'로

대전·충남통합 추진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후보 경쟁이 3파전으로 재편된다. 출마를 고심하던 장종태 국회의원(대전 서구갑)이 경쟁에 뛰어들면서다. 기존 후보군인 허태정 전 대전시장과 장철민 국회의원(대전 동구)은 대전·충남통합과 맞물려 전략 재수립과 충남으로 본격적인 세력 확장을 준비하는 등 더욱 분주해진 모습이다. 장종태 국회의원은 29일 대전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전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그동안 장 의원은 시장 출마를 고심해왔다.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며 민주당의 대전·충청권 지방선거 승리를 견인해야 한..

정부 개입에 원·달러 환율 1440원대 진정세… 지역경제계 "한숨 돌렸지만, 불확실성 여전"
정부 개입에 원·달러 환율 1440원대 진정세… 지역경제계 "한숨 돌렸지만, 불확실성 여전"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원·달러 환율이 정부의 본격적인 시장 개입으로 1440원대로 내려앉았다. 지역 경제계는 가파르게 치솟던 환율이 진정되자 한숨을 돌리면서도,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며 우려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28일 금융시장과 지역 경제계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의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1440.3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4일 1437.9원 이후 약 한 달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환율은 지난주 초 1480원대로 치솟으며 연고점에 바짝 다가섰으나, 24일 외환 당국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세밑 주말 만끽하는 시민들 세밑 주말 만끽하는 시민들

  • 유류세 인하 2개월 연장…기름값은 하락세 유류세 인하 2개월 연장…기름값은 하락세

  • 성탄 미사 성탄 미사

  •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