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호남고속철 분기역 재검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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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호남고속철 분기역 재검토돼야

  • 승인 2005-07-20 00:00
  • 박태진 충남도의원박태진 충남도의원
지난 6월 30일. 그동안 논란이 됐던 호남고속철도 분기역 선정을 위한 민간전문가 집단의 평가결과가 발표됐다. 그러나 평가과정에서의 파행과 불협화음으로 인해 결과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승복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지난 15년간 막대한 연구용역예산과 다섯 차례에 걸친 정부정책과 전문기관의 연구결과를 전면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정책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무엇 때문에 그동안의 연구결과가 정반대로 나왔는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
이번 민간전문가 집단의 평가결과 발표가 곧바로 정부의 분기역 결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앞으로 민간전문가의 평가결과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과 내용적 합리성을 철저하게 검증, 정책적 채택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번 평가결과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호남고속철도의 주된 수혜집단이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지역 전문가들이 중심이 돼 일방적으로 평가가 추진됐다는 점이다. 지역간 이해가 첨예한 사안에 대해 일방 당사자만이 참여해 마련한 평가결과는 처음부터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평가과정의 형식논리를 중시하는 집단에서는 이번 평가에 있어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강변하나 일방 당사자만이 참여한 평가는 그 자체로 중대한 결함임을 부인할 수 없다.

공정한 평가 분위기가 마련되지 못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평가과정에서 평가단 구성의 적정성과 평가실시 여부에 대해 지역별 전문가 상호간 첨예한 논쟁과 의견대립으로 평가단내 분열이 발생했다. 이는 감정적으로 격앙된 상태에서 평가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컸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공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지금이라도 지역별 평가단의 세부항목별 평가내용을 공개해 국민적 의구심을 불식해야 한다.

편향된 정보를 바탕으로 분기역 평가가 이루어진 것도 큰 문제점 중 하나다.
평가과정에서 호남고속철도 전체 노선의 경제성과 사업성 분석 결과가 아닌 전체 고속철도 노선의 중간점인 분기역부터 호남지역까지 일부 노선의 분석결과만을 제시한 것으로 지적됐다. 철도를 포함한 교통망의 노선은 기점과 종점이 포함된 전체 노선의 경제성과 사업성 분석결과를 토대로 결정하는 것은 학문적 원칙이고, 정책결정의 상식이다. 중간노선 대안에 대한 분석결과는 자칫 국가적 이익과 반대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편향된 정보로 왜곡된 정책결정을 낳게 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호남고속전철을 신설할 것인지, 기존 경부고속철도를 활용할 것인지 하는 정책적 판단은 사전에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쳐 공개적으로 결정돼야 한다. 이같은 사전 논의 없이 정책방향을 바꾼 것은 사전 협의 없이 평가의 기본전제와 ‘틀’을 바꾼 것과 같다. 게임의 룰을 자의적으로 바꾸면서 경기 승패의 승복을 강요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이번 평가결과대로 분기역이 결정되면 경부고속철도는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고, 호남고속철도는 여객수요가 증대하는 시점에 또 다른 철도노선을 건설해야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백년대계 차원의 철도망을 현세대의 수요만 위해 건설하는 근시안적 태도야말로 장기적으로 국민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후세대의 희생을 강요하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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