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에 학생부장직을 맡았을 때, 휴대전화와 음향기기 이용에 관한 학칙 제정을 주도한 적이 있다. 악역을 맡은 학생부에 대해 학생들이 대체로 반감을 가졌는데 학생부에서 먼저 학생회와 교무회의에 문제 제기를 하며 새 학칙 제정을 주도한 셈이다. 규제 일변도의 학교선도규정을 사회변화에 맞는 학교생활규정으로 개정하도록 교육부가 ‘학교생활규정 참고안’을 일선 학교에 제시한 게 2002년이니까 꽤 선도적이어선 지, 학교에선 너무 튄다는 반응이었다.
그래도 당시 전국고교생연합에서 학생선도규정을 수집 분석하고 개정을 요구하려는 움직임을 소개하며, 우리가 능동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음을 교사들에게 강조했다. 특히 휴대전화는 이미 보편화된 현실을 적극 수용해 휴대를 허용하되 올바른 사용예절을 가르쳐야 하며, 음향기기 이용은 학생들의 중요한 문화생활이기 때문에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해 학교생활 만족도를 높여야 함을 역설했지만, 많은 교사들의 격렬한 반발을 샀다. 휴대전화든 음향기기든 일단 허용하면 학교는 엄청난 혼란과 무질서에 휩싸여 통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항변이 이어져 일단 학생회의 반응을 본 뒤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학생회의 반응 또한 미묘했다. 학생들 전체 의견은 휴대전화와 음향기기 이용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으나 막상 학생회 의견은 달랐다. 특히 3학년 선배 임원들이 면학분위기와 학교 명예 운운하며 후배 임원들을 은근히 압박하자, 교사들이 제시하는 조건에 따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결국 휴대전화의 휴대는 허용하되 저녁식사 시간만 교실 밖에서 이용하며 음향기기는 아예 휴대마저 금지되는 쪽으로 합의안이 만들어졌다.
제·개정된 학칙은 최종적으로 학교운영위의 승인을 받아야만 하기에 마지막으로 학부모위원들께 열심히 그 취지를 설명했으나 시기상조라는 의견과 함께 결국 학교 안이 통과되었다.
작년엔 학생회 임원의 자격 조건에 있는 성적제한을 없앨 것을 요구하다 다시 교사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하지만 학교운영위에서 학부모들을 설득해 결국은 제한 규정을 없애면서, 격세지감을 느꼈다. 이제 교사만 남았다. ‘인권은 교문에서 끝난다’는 평가에서 벗어나 ‘인권은 교문부터 보장된다’는 평가를 얻을 수 있도록 우리 교사들이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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