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역에서 내려 대전천 생태하천을 지나 큰길에서 구불구불 골목을 돌아서면 갑자기 은행동의 트래비 분수가 나타난다. 분수 주변에는 이순신, 유관순, 박세리, 황우석등 대전과 충청을 빛낸 인물들의 동상이 줄지어 서있고 막 걸음마를 배운 아기가 동상을 가리키며 젊은 엄마에게 무어라고 종알거리고 있다. 많은 연인들이 분수의 물줄기를 바라보며 끝없는 밀어를 나누고 있고, 어떤 연인들은 그들의 간절한 소원을 빌며 분수대 중앙의 아름다운 연인들의 조형물 발치에 동전을 던지고 있다.
어느 커피숍의 2층 다락에는 무슨 무슨 시인이, 무슨무슨 소설가가 3개월간 머물며 작품을 구상했다는 안내문이 있어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과 문학 지망생들이 드나들고 있다. 또 다른 골목 길을 접어드니 화방과 갤러리에서는 정감 있는 그림들이 전시되고 있다. 마치 유럽의 어느 골목길을 걷고 있는 느낌이다.
여기까지는 가상의 이야기이다. 우리는 개발연대에 따라서 무조건 새로운 것, 높은 것, 큰 것, 현대적인 것을 끝없이 추구했다. 끝없이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개발 본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다른 도시들이 새로운 모습을 갖추면 우리 또한 그 이상의 현대적인 새로운 모습을 갖추어야 한다는 경쟁심에 사로잡혀, 특징도 없는 어느 도시나 똑같은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도장으로 찍어낸 또 다른 똑같은 도시들에 둘러싸여 있을 뿐이다.
은행동 재개발 비용은 약 3조~4조원 이 든다고 들었다. 이 돈은 웬만한 국책사업에 버금갈 만큼 어마어마한 큰돈이라고 한다. 그리고 신문지상에서, 언론매체에서 재개발에 따른 수많은 민원과 이해에 얽힌 많은 데모를 접하게 된다. 또한 아주 드물게 재개발에 따른 비리로 인하여 조합장과 조합원, 공무원, 건설사 직원들이 구속되는 기사를 보면 마음이 더욱 무겁다.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대전천도 새로운 모습을 갖춘 생태 하천으로 거듭날 것이다. 은행동의 재개발이 현대의 모습으로 화장한 무덤덤한 회색의 도시가 되는 것이 좋은지, 문화가 있고, 정감이 있으며, 사람 사는 모습이 있는 아름다운 도시로 개발 되는 것이 좋은 지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활력과 아름다움이 넘치는 그런 거리를 꿈꾸는 것이 나만의 단상일까? 아! 은행동에 멋진 트래비 분수가 하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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