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에세이] 투기공화국 전사(戰士)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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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에세이] 투기공화국 전사(戰士)들에게

  • 승인 2005-07-19 00:00
  • 문성식 변호사문성식 변호사
전국 땅 부자 상위 1%가 전체 사유지의 51.5%를 차지하고 있다는 소식이 우릴 놀라게 하더니 7000만원의 종잣돈으로 부동산 투기에 뛰어들어 4년 만에 서울 강남의 시가 40여억 원의 아파트와 100억원 상당의 상가, 지방 소도시의 35억 원어치 토지 등 총 175억원 재산을 소유하게 되었다는 뉴스가 인터넷검색순위 1등이다.

이런 뉴스를 접하고 보면 많은 국민들은 허탈감에 빠지고 일할 의욕을 잃는다. 개발을 발표하면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투기꾼들이 온갖 수단을 사용하여 땅값을 정신 없이 뛰어오르게 하고 단단히 한몫 챙긴다. 이를 뒤늦게 알게 된 사람들도 부화뇌동해 막차라도 타려고 온갖 편법을 동원하느라 기를 쓴다.

부동산취득과정에서 편법·불법행위가 없었는데도 몇 년 만에 백억 원이 넘는 돈을 버는 것이 가능할까. 볼 것도 없이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 부동산정책이 어떻게 이루어져 왔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 국민들은 이해를 하지 못할뿐더러 투기를 막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부동산투기사례를 보면 개발정보 누설, 위장증여, 미등기 전매, 허위명의신탁, 세금 탈루 등 온갖 방법이 동원된다. 심지어 아파트부녀회까지 동참해 매매가 가이드라인을 정해놓고 이보다 낮은 금액에 소개하는 중개업소는 거래를 못하도록 하겠다고 겁을 주는 곳도 있다.

이쯤 되면 투기공화국이 분명해진다. 투기공화국의 폐해는 심각하고 망국으로 가는 첩경이다. 소수의 사람들이 땅을 차지하고 투기꾼들이 부동산가격을 좌지우지하고 있으니 없는 사람들이 땅을 사려면 비싼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게 되고, 결국 서민들의 집 마련은 불가능해지고 이는 사회불안과 불만요인으로 이어져 사회문제가 된다.
나아가 기업이 공장 부지를 마련하고, 정부가 국가기반시설을 조성하려 해도 땅값이 원가상승요인으로 작용을 한다. 이는 수출로 먹고사는 대한민국의 국제 경쟁력상실을 초래하고 국제경쟁사회에서 입지를 어렵게 만든다.
조그만 땅덩어리에 인구밀도는 세계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에서 소수의 사람들이 부동산을 독점하고 투기로 몇 년 사이 수백 억을 운운하는 것은 역대정권 현재까지 부동산정책이 잘못 진행되어 왔다는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몇 십년 간 잘못 진행된 부동산 정책 때문에 심해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해소는커녕 필자가 볼 때 이제는 아예 불가능해진 것으로 보인다.

모 당 대변인의 “쌀도 떨어졌고, 돈도 떨어졌는데 무슨 개헌논의냐”는 주장은 서민경제가 아직도 바닥임을 말해주고 있다.

투기꾼들이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을 감사하면서 흥청망청 돈을 써댈 때 한편에서는 체납으로 전기가 끊긴 집에서 소녀가 촛불을 켜놓고 깜박 잠들었다가 참변을 당하는 세상이다.

토지 소유의 편중 현상이나 부동산투기를 절대 방치할 수 없다. 정부는 확실한 대책을 마련 중에 있다고 한다. 어찌되었건 이번 기회에 토지 소유, 개발에 따르는 불로소득을 환수할 수 있는 제도를 확실하게 마련해고 토지공개념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한다. 위헌이 아닌 시장제도와 부합되는 토지공개념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내부의 적과 싸우고 있다. 국가가 투기공화국 전사들에게 선전포고를 해야한다. 부동산거품이 꺼지는 순간 대한민국도 같이 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확실히 해야 한다. 또다시 IMF시절로 갈 수는 없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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